‘범죄자 ‘엘’의 수사를 촉구합니다.’ 시작은 한 통의 제보였습니다. 미성년자 A가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며, 가해자는 전력이 있는 ‘범죄자’라는 것. 취재 결과 범죄인 건 확실했지만 바로 보도하기엔 망설여졌습니다. 섣부른 보도가 가해자(‘엘’)를 숨게 해 수사에 혼선을 주거나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중 한 명이었던 얼룩소의 원은지 에디터(불꽃 단), 그는 조언했습니다. “가해자들이 잡히는 모습을 많이 보도해서 성착취범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할 필요는 있어요.” 그러나 두 달이 지나고, 8월 초가 됐지만 수사는 미진했습니다. 그즈음 얼룩소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피해자 B씨의 ‘불꽃 사칭’ 가해자와 ‘엘’이 같은 사람인 거 같다.” KBS-얼룩소 취재가 합쳐져 파악된 피해자 6명. 피해자 B는 8개월간 진척이 없던 경찰 수사에 초조해하고 있었습니다. B의 동의를 구하고, 취재팀은 보도를 결정했습니다. “기자님 안녕하세요, 얘 잡아가세요.” 보도 이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취재진을 의식하는 대화가 쏟아졌습니다. 하나둘 방이 폭파됐고, ‘엘’ 영상 등 착취물의 유포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언론이 주목하는 것만으로 성착취 생태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 보도의 의미를 느꼈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디지털 공간에서 아이들이 무방비로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추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앞으로도 이곳을 계속 지켜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