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결심으로 시작했던 달리기… '2시간50분' 베를린 마라톤 완주

[인터뷰] 박영태 뉴시스 사진영상부장

지난달 25일 세계 6대 마라톤대회 중 하나인 베를린 마라톤에서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가 2시간01분09초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신기록을 세운 이가 또 있다. 박영태<사진> 뉴시스 사진영상부장이다.


박 부장은 42.195km를 2시간50분09초 만에 달려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처음 나간 국제대회에서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꿈인 서브3(sub-3·풀코스를 3시간 안에 완주)를 이룬 그는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라며 미소 지었다.


박 부장이 달리기 시작한 건 지난 2014년이다. 지금은 70kg에 탄탄한 체격이지만 당시엔 90kg를 넘어선 상태였다. 취재현장에서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 어느 날,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당장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인 달리기가 떠올랐다.

사진=박영태 뉴시스 사진영상부장 제공


그때부터 이른 아침이나 약속 없는 저녁이면 동네 공원으로 나가 뛰고 또 뛰었다. 처음엔 매일 3km씩 달리다가 점차 5km, 7km, 10km까지 거리를 늘렸다. 그러는 사이 5개월 만에 목표했던 10kg을 감량했다. “제가 사람 좋아하고 술도 좋아해서 술자리는 못 빠지거든요.(웃음) 평소처럼 먹으면서 달리기만 했는데 살이 빠지니까, 재미가 붙기 시작한 거죠.”


오프라인 러닝 크루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16년 3월 처음 출전한 풀코스 대회 기록은 3시간32분이었다. 2018년 3월, 2년 전과 같은 대회인 동아마라톤에선 2시간57분으로 첫 서브3를 달성했다. 서브3는 42.195km 내내 1km당 평균 4분16초의 페이스로 뛰어야 오를 수 있다. 국내 마라톤대회에서 3시간 안에 완주하는 비율은 5%대에 불과할 정도로, 달리는 이들에게 서브3는 꿈 같은 일이다.


박 부장의 발에 가속도가 붙은 무렵 코로나19가 터졌다. 마라톤대회가 열리지 않은 지난 2년간 그는 하루도 멈추지 않고 달렸다. 상쾌한 새벽 공기, 풀잎 소리, 바람 소리를 벗 삼아 달리다 보면 그 어떠한 생각도 들지 않아 평온해진다고, 그래서 또 달린다고 박 부장은 말했다.


“다른 분들은 노래를 들으며 뛰기도 하는데 저는 단 한 번도 이어폰을 낀 적이 없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달리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마라톤을 시작하고 뭘 하든지 끈기가 생겼어요. 내가 42.195km를 3시간 만에 뛰는데 이것도 못해? 그런 오기랄까요.”


이번 베를린 마라톤을 준비할 땐 더욱 독하게 훈련했다. 지난해부터는 매달 누적 거리 300km씩을 뛰었다. 대회 일주일을 앞두고는 몸에 탄수화물(장거리 달리기를 위한 연료)을 축적하는 식이요법인 카보로팅을 하면서 3일간 물과 단백질만 섭취하기도 했다. 드디어 대회 당일. 목표는 기존 기록에서 3분 앞당긴 2시간54분이었다. 첫발부터 컨디션이 좋았다. 4분11초에서 시작한 1km 구간별 속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3분40~50초대까지 빨라졌다. 이런 페이스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이어졌다.


“뛰면서 기록을 확인하는데 ‘이거 기록이 너무 좋은데? 나 왜 이러지?’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웃음) 목표보다 4분이나 빠른 결과를 내서 얼떨떨하기도 하고, 정말 좋았죠.”


박 부장의 다음 목표는 오래도록 달리는 삶이다. “주변에서 무릎 걱정을 해주시지만 아직 테이핑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합니다. 70대에도 풀코스 뛰는 분들이 많아요. 이제 기록을 단축하는 것 보단 오래 달리고 싶어요. 앞으로 10년 안에 세계 6대 마라톤을 모두 완주하는 게 꿈이에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 번 뛰고 왔더니 그런 욕심이 생기네요.”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