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81) 그 곳은 '바다의 시작'이었습니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쓰레기통이 안 보인다더니 그만 그곳에 툭 던져졌습니다. 하나둘, 하얗게,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 이윽고 때가 왔습니다. 억수 같은 폭우에, 콸콸 쏟아진 빗물에 정신없이 떠내려갔습니다. 넘쳐 난 하수구를 탈출하고 범람한 강물에 휩쓸려 다다른 곳. 그곳은 바다였습니다. 담배꽁초 필터 주 성분은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 일종의 플라스틱 인공 섬유입니다. 유해 물질도 잔뜩 머금고 있습니다. 필터는 바다를 떠돌며 1㎜ 이하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됩니다. 완전 분해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바다의 패류와 물고기들은 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생각하고 섭취합니다. 그 패류와 물고기가 오늘 우리 식탁에 올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해안가 쓰레기의 3분의 1은 담배꽁초”. 국제 환경단체 해양보존센터가 2018년 발표한, 전 세계 해안에서 32년 간 수거한 쓰레기 분석 결과랍니다.


‘똥집골목’으로 유명한 대구 평화시장에 하수구마다 이런 그림을 그린 덮개가 설치됐습니다. 대구공고 봉사단 학생들이 여름 내내 땀을 쏟은 ‘작품’입니다. 무심코 버린 하수구 쓰레기의 역습을 곱씹게 합니다. 지난 태풍에 하수구에서 또 얼마나 많은 담배꽁초가 바다로 갔을까요. 그곳은 ‘바다의 시작’ 이었습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