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불법 외환거래’ 기사의 시작은 약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60억원대 자금이 국민은행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명목은 무역거래였지만, 실상은 가상자산의 국내외 시세차이를 노린 차익거래였습니다.
1년 뒤 수상한 외환거래 규모는 100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나온 8000억원이 우리은행을 거쳐 해외로 빠져나갔습니다. 하나은행에서도 3200억원이 해외로 유출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전체 은행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8월 현재 그 규모는 무려 8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송금업체들은 외환거래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었습니다. 이들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나온 자금을 여러 곳에 분산시킨 뒤 하나의 계좌에 집결시켜 자금 추적을 피했고, 서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은행을 속였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기본적인 법과 규정조차 지키지 못한 잘못도 사건을 키우는 데 한몫했습니다. 은행들에 대한 대규모 제재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은행들은 한 해 70만 건이 넘는 의심거래보고(STR)를 하지만, 이를 분석할 금융정보분석원(FIU) 분석팀 인력은 40여명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문제가 되는 수상한 외환거래를 신고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를 적발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인력입니다.
이번 보도가 무분별한 해외송금을 개선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사를 쓰면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강유빈 기자·이대혁 차장·고찬유 부장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