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몰락한 재벌 회장의 재기 자금 추적기

[제383회 이달의 기자상] 서민선 CBS 사회부 기자 / 기획보도 방송부문

서민선 CBS 사회부 기자

“IMF 때 몰락한 재벌이 재기에 성공했다.” 시작은 한 문장 첩보였습니다. 90년대 재벌로 불리다 망했던 ‘갑을그룹’의 박창호 회장이 현재 한 코스닥 상장사의 최대주주가 됐다는 겁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수상한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박 회장이 밝힌 전재산의 절반 이상이 골프·호텔피트니스·콘도회원권인데 회생으로 8500억원을 탕감받았고, 반지하에 거주한다더니 회생 직후 60억 유엔빌리지로 이사했습니다. 이후 지분구입을 시작, 현재까지 100억원 이상 투자했습니다.


이 돈은 어디서 나온 걸까. 약 두 달간 7600여개의 법원 판결문을 살펴보고, 80여개의 부동산·법인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분석했습니다. 가족 명의로 돈을 빼돌린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고, 재산 은닉의 시작이 90년대 갑을그룹 몰락 당시부터였다는 정황도 밝혀냈습니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애초부터 망한게 아니었습니다. 각종 편법·탈법을 이용해 망한 것처럼 꾸몄을 뿐이었습니다. 반면 그룹이 망한 책임은 수천명 노동자가 ‘정리해고’라는 이름으로 짊어져야 했습니다. 그룹에 돈을 빌려준 은행이 부도가 났고, 정부 공적자금 수혈로 이어져 국민 전체가 부담을 짊어졌습니다.


과연 공정하고 상식적인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재벌 오너의 ‘도덕적 해이’와 우리 사회 ‘시스템의 부재’ 등 문제점을 지적하고, 불공정과 비상식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고자 했습니다.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주신 CBS 보도국 선·후배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경찰팀 캡과 바이스, 그리고 경찰팀 팀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