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연합뉴스, 위기 극복 길은 단순하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가 뒤숭숭하다. 정부가 매년 연합뉴스에 지급하던 정부구독료 예산을 올해 328억원에서 내년 278억6000만원으로 대폭 삭감하기로 하면서다. 삭감액은 49억40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15%에 달하는 금액이다. 역대 최대 폭의 삭감이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내용이 포함된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가 세금으로 연합뉴스에 구독료를 지급하는 근거는 ‘공적 기능 보전액’ 개념이다. 국민의 알 권리 및 정보주권 수호 등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보전해주는 게 목적이다. 대다수의 사기업 언론사가 등한시할 수 있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느라 놓칠 수 있는 수익을 정부가 세금으로 대신 보전해주는 셈이다. 2003년 제정된 뉴스통신진흥법에 의거, 20년 가까이 매년 300억원 대의 구독료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아온 셈이다.


연합뉴스는 이에 따라 영어는 물론 아랍어 등 다양한 외국어로 한국 관련 소식을 해외에 전하고 있으며, 북한 관련 뉴스 공급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부구독료의 재원인 세금을 내는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연합뉴스의 존재감은 사실상 기존 언론사와 다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네이버 등 주요 포털에서 기존 언론사들과 페이지뷰(PV) 등에서 경쟁 구도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속보 경쟁이 가속화하는 사이, 연합뉴스는 통신사로서의 존재감보다는 여느 언론사와 다름없는 길을 택해왔다. 지난해엔 기사형 광고 문제가 불거지면서 네이버에서 노출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네이버에서 콘텐츠 노출이 중단되자 연합뉴스의 PV와 점유율이 동시에 급락했다는 것은 연합뉴스의 위상에 대한 반증에 다름 아니다. 포털 노출 없이 연합뉴스의 언론사로서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이 양적 데이터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일선 기자들 사이에서 통신사로서의 연합뉴스의 존재감은 이미 옅어진지 오래다. 각 언론사가 지급하는 비용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팽배한 데는 무엇보다 연합뉴스의 책임이 크다 할 것이다. 결국 외국어 뉴스 등의 공적 기능은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한 장치일뿐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언론계 안팎에 확존한다. 연합뉴스 구성원들도 이를 모른다고 할 수는 없을 터다.


뿐만 아니다. 연합뉴스TV를 둘러싼 잡음도 본격화하고 있다. 연합뉴스TV의 2대주주 을지재단이 최근 지분 추가 매입과 동시에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사이 협약 개선을 요구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이번 문제는 하룻밤에 불거진 게 아니라는 게 업계 분위기다. 연합뉴스TV에 대해 주주들의 불만이 쌓이고 쌓여 곪아터진 결과라는 것이다. 갈등이 이렇게까지 깊어진 근본 원인에 대해 곰곰이 돌이켜보는 것이 먼저다.


연합뉴스가 직면한 문제는 쉽지 않지만 해결책은 명료하다. 진심을 담은 쇄신만이 답이다. 국가기간통신사라는 기본의 임무로 돌아가라. 지금까지 연합뉴스에 대한 비판에 귀를 열어야 한다. 해묵은 문제에 대해 사측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얼렁뚱땅 넘어간다면 이 문제는 다시금 불거질 수밖에 없다. 위기를 쇄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부구독료 삭감을 두고 이렇다 할 원군이 없는 작금의 현실은 다름아닌 연합뉴스가 스스로 만든 결과다. 국가기간통신사는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 시대엔 꼭 필요한 존재다. 그 역할을 연합뉴스가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귀와 마음을 열고 자문자답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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