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수술대 올라야 산다

[이슈 인사이드 | 경제] 김익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김익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여름철 조선소는 최악이다. 땡볕에 달궈진 도크(선박 건조공간) 안팎에서 노동자들은 기진맥진이다. 철판을 용접하고 페인트를 칠하고 파워그라인드로 선체의 녹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현장 곳곳에서 불꽃이 튀어 오르고, 페인트 냄새는 코를 찌른다. 선박 표면을 긁어대는 파워그라인드 소리에 귀는 먹먹해진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조선업계 작업 강도는 제조업계에서 가장 셀 것”이라며 “조선업계를 등진 노동자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지난달 파업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작업 환경에서 비롯했다. 근로 환경이 팍팍한데 임금은 오를 기미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대우조선해양의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간 바 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진 것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영향도 작용했다. 이중구조란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사이의 연봉·처우가 크게 차이 나는 것을 말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작업을 하지만 정규직 직원들과의 임금 격차는 상당하다. 근본적으로 조선업계의 나빠진 실적과 재무구조에서 비롯했다. 적자가 쌓이는 만큼 비교적 인건비가 저렴한 하청 노동자도 양산됐다.


물론 요즘 조선업계 수주 실적은 어느 때보다 좋다. 지난해 수주 목표를 조기 달성한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은 올해도 전세계 수주 물량의 절반을 따냈다. 하지만 조선사들은 올해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사는 올해 3200억~60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불어난 수주에도 적자가 나는 것은 선박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수주한 영향이 컸다. 선박용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등 원재료 가격이 최근 치솟으면서 손실이 불거졌다.


국내 조선사들이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으로 저가 수주에 나선 탓도 크다. 전세계 수주 물량의 50~70%를 장악한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 경쟁은 치열하다. 출혈경쟁이 이어지면서 조선업계의 손실이 불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가 수주에 따라 무더기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이후 신규 대출과 출자전환 등으로 12조원가량의 혈세를 지원받았다. 혈세로 연명하는 대우조선해양 탓에 출혈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금으로 버티는 대우조선해양이 저가수주를 주도하고 있다”며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사들이 함께 공멸할 위기에 몰렸다”고 토로했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경쟁자를 줄여 출혈경쟁을 피하자는 계산이 깔린 시도다. 하지만 올해 초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반대로 인수 작업은 결국 무산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적자가 이어지는 만큼 조만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혈세를 다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세금을 빨아들이고 한국 조선업계를 공멸로 몰아가는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청산·분리매각 등을 깊이 있게 고민할 때다. 대우조선해양의 연명을 위해 투입될 세금을 이 회사 노동자들의 재취업과 생계지원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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