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득점왕 보유국 수준이 이 정도입니까

[이슈 인사이드 | 스포츠] 김용일 스포츠서울 기자

김용일 스포츠서울 기자

EPL 득점왕 손흥민, 축구국가대표 ‘벤투호’의 호성적, K리그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하는 FC바르셀로나 유스 출신 이승우 등 근래 들어 축구계는 대중이 즐거움을 느낄 만한 이야깃거리가 많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 먼 한국 축구 현실을 일깨워주는 사건도 동시에 터졌다.


지난 6월19일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전인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는 경기를 앞두고 수원 유니폼을 입은 여러 명의 팬이 서울 유니폼을 입은 한 팬을 둘러싸고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도 피해자는 미성년자였다. 가해자는 ‘같이 점핑하려다가 그랬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고, 수원 구단도 애초 ‘해프닝’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시대착오적인 리스크 관리로 지탄을 받았다. 결국 구단이 가해자에 대해 2년간 홈 경기 출입을 정지시키는 등 징계를 매기면서 일단락됐다. 다만 이번 폭행 사건에 대한 일부 팬, 구단의 대처는 가족 단위 팬의 발걸음을 돌리게 할 위협 요소가 됐다.


열흘 뒤엔 대한축구협회(FA)컵 8강전으로 열린 부산 교통공사와 FC서울의 경기가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FA컵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해 KFA에 등록된 성인 축구팀이 참가해 실력을 겨루는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다. 일제강점기인 1921년 시작된 전조선축구대회를 전신으로 할 만큼 역사성도 강조한다. 그러나 대회 방식이 빈번하게 바뀌고 일부 경기에서는 부정확한 기록이 난무하는 등 어설픈 행정으로 종종 비판을 받는다.


이날 경기는 경기장 환경부터 동네 축구만 못했다. 두 팀의 8강전이 열린 곳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구장. 양 팀 선수는 경기장 도착 후 일반 관중과 동선이 구분이 안 돼 어수선한 상황에서 몸을 풀었다. 일부 팬은 선수가 훈련하는 주위에서 셀프카메라를 촬영하기도 했다. 이날 킥오프는 오후 7시였다. 선수단은 대체로 90분 전에 도착해 몸을 푼다. 그런데 홈 팀 관계자는 보안 인력 배치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킥오프 1시간 전인 “오후 6시 배치”라는 황당한 대답을 내놓았다고 한다. 미디어 관계자가 자리해야 할 미디어석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뒤늦게 현장 관계자가 의자 등을 내놓았으나 전기 및 인터넷 시설이 구비되지 않아 일부 취재기자는 휴대전화로 기사를 송고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더 믿기 어려운 장면과 후일담도 나왔다. 이날 경기 후반 경기장 트랙에 커피를 실은 배달 오토바이가 등장했다. 그러더니 일부 관계자끼리 커피를 나눠 마셨다. 또 경기 종료 후엔 심판진이 별도 샤워 시설이 없어 서울 선수단에 양해를 구하고 샤워실을 공유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KFA는 늘 선진 시스템 도입과 저변 확대를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내세우는 최고 권위 대회인 FA컵 8강전 현실이 이렇다. 그것도 이날 사태는 KFA가 내놓은 대회규정 제28조 홈경기 운영 등에 모두 위반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KFA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축구 전체를 관장하는 집단이 기본을 다스리지 못하면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소한 스스로 대회 권위를 깎진 말아야 하는데 벤투호의 성공가도에 취해있는지 주위를 돌보지 못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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