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로 풀어보는 5·18의 진실'… 경향, 독자 참여형 기획기사 눈길

5·18민주화운동 42주년을 맞아 경향신문과 5·18기념재단(재단)이 ‘오월 광주’를 다룬 ‘퀴즈 기획’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기사 대신 5·18 관련 퀴즈를 만들어 신문에 싣고 시민들의 문제풀이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의의와 가치를 되새기게 한 방식이다.

경향신문 지난 16일자 12면에 게재된 기획 '함께 풀어보는 5·18 퀴즈'. 기획 기사 대신 퀴즈 문항을 만들고 여기 시민들이 참여케 함으로써 518의 의의와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는 취지다. 문제풀이 등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를 5·18기념재단 홈페이지에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기념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 /경향신문 캡처

경향신문은 재단과 협업을 통해 지난 16일자 신문 12면<사진>을 ‘기획-함께 풀어보는 5·18퀴즈’로 꾸렸다. 한 면 전체를 세 개 단으로 나누고 ‘5·18이 계엄군 진압으로 막을 내린 날짜’, ‘이 기간 광주시민들이 나누어 먹은 음식’, ‘정부가 5·18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한 해’ 등 5·18민주화운동의 사실과 성격, 의미를 묻는 객관식·주관식 문제로 채웠다. 답안지와 문제풀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재단 홈페이지에 인증하면 518명을 추첨해 ‘님을 위한 행진곡’ 오르골, 5·18사적지 입체퍼즐, USB 등 기념품을 제공하는 식이다.

경기 양주시에서 이벤트 참여를 위해 문제풀이 중인 (왼쪽부터) 초등학생과 광주광역시에서 참여한 시민 모습. 퀴즈를 열심히 푼 흔적이 남은 지면 캡처. /5·18기념재단 제공


기획을 제안한 강현석 경향신문 기자는 “5·18의 가치를 어떻게 보여주고 전달할지 늘 고민스러웠다. 기사를 많이 써왔지만, 단독이나 특종을 써도 앞뒤를 빼고 그 상황만 보여주면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분명했다”면서 “재단에서 1월 발간한 해설사 교육용 책자에서 ‘학생들에게 5·18 시험문제를 내보기도 한다’는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초등학생인 아이와 주변에 물어보니 ‘재밌겠다’ ‘5·18을 폭넓게 보는 기획이라면 퀴즈가 낫겠다’는 의견을 들어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재단이 취지에 공감하며 본격 실행에 들어갔다. 재단이 섭외한 광주지역 교사 3인(서부원·백성동·심원지)이 참여했고 여기 강 기자, 재단 관계자 2인이 동참해 약 한 달 반을 출제에 매달렸다. 두 차례 오프라인 회의에서 방향을 정하고 문제제출, 난이도 조절 등을 거쳐 최종 문항을 정했다. 폰트는 80년 5월 당시 유인물 ‘투사회보’ 제작에 참여한 박용준 열사를 기려 ‘박용준투사회보체’를 사용키로 했다. 강 기자의 제안에 경향신문은 경영진 회의 등을 거쳐 지난 4월 초 일찌감치 ‘1개면 할애’ ‘18일 학교에서의 활용을 위한 16일 또는 17일자 게재’ 방침을 확정한 상태였다.

광주만호초교 학생들이 경향신문에 실린 5·18 퀴즈를 풀이하는 모습 사진 2장(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이벤트에는 연령을 막론하고 여러 나이대가참여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이벤트에 참여에 나선 중년. 호남권 이외 지역에서도 참여가 활발했다. 경북 포항중앙초 학생들이 5·18 퀴즈를 푸는 모습을 담은 사진 2장. /5·18기념재단 제공


재단엔 ‘기사 하나보다 퀴즈를 통한 시민참여가 5·18을 알리는 데 낫다’는 판단이 있었다. 실제 이벤트 반응을 다룬 지난 18일자 ‘5·18퀴즈 풀려 정보 찾다보니 그날에 관심 더 생겨’에 따르면 전국에서 신문지면이나 프린트 인쇄물에 문제풀이를 한 독자와 학생들의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 이벤트는 5·18이 계엄군 유혈진압으로 막을 내린 27일까지 계속된다. 최경훈 5·18기념재단 교육문화부 팀장은 “여러 곳에서 좋은 프로젝트란 평가가 나오는데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언론과 지역이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강현석 기자는 “디지털 구현이 되지 못해 아쉬움은 있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고 결과적으로 종이신문과 잘 붙는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보수정권 집권 후 이견이 없었던 문제에 다시 갈등이 생기는데 기획이 좋은 계기로 남아 5·18의 가치가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었고 그 가치를 지금 누리고 있다는 걸 느꼈으면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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