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독립유공자 이석영 직계 후손 첫 확인

[제378회 이달의 기자상] 조일준 한겨레21 기자 / 취재보도1부문

조일준 한겨레21 기자

2021년 6월, 자신이 독립운동가 이석영(1855~1934) 선생의 외증손녀이자 이석영의 아들 이규준의 외손녀라는 김용애(87), 최광희(83) 할머니 가족을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까지 정부와 학계에서는 이석영 일가족이 망명해 독립운동을 하던 중국 땅에서 순국하면서 가족이 모두 몰살되거나 사망해 후손이 끊겼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습니다. 이석영 등 경주 이씨 6형제와 가족은 일본이 조선을 강탈하자 전 재산을 처분해 중국으로 망명한 뒤 항일무장투쟁의 요람이었던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는 등 일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하다 순국했습니다.


한겨레21은 이후 약 한 달 동안 방대한 자료 추적과 심층 취재를 하면서 김씨의 주장이 사실에 부합한다는 확신을 갖고 7월에 첫 보도를, 8월에는 거기에 쐐기를 박는 문서 증거를 찾았다는 속보를 연속 내보냈습니다. 보훈처는 한겨레21의 보도 이후 6개월에 걸친 사실 확인 절차와 유전자 검사 끝에 2022년 2월 ‘이석영 선생의 직계 후손(증손자녀) 10명 생존’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잘못 알려져 왔고 사실 확인이 어려웠던, 그래서 사실과 다른 기록이 자칫 ‘역사적 사실’로 굳어질 뻔한 오류를 바로잡게 돼 기쁩니다. 당사자 가족이 간직해온 자료와 사진들, 그리고 언론과 함께 새로 발굴한 사실들을 하나하나 퍼즐처럼 맞춰가면서 진실의 전체 그림을 완성한 과정은 극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처음 취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확신이 들지 않던 사안에 충분한 취재 시간과 지면을 내어준 한겨레21 뉴스룸 동료들에게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한편, 당사자 가족이 사비와 시간을 들여 증거 자료들을 찾아내고 언론이 깊은 관심과 끈질긴 보도를 했음에도 국가의 공식 확인을 받기까지 힘겨운 고비들을 넘어야 했던 과정을 돌아봅니다. 국가와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한 사례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칩니다. 공동체의 안녕과 주권 회복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리고 예우하는 일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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