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한 대선… 실종된 정책검증 보도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앞으로 5년 동안 한국의 앞날을 결정할 20대 대통령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는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꽃’이라는 정치학의 고전적인 명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제왕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대통령 권한이 막강한 한국에서 5년마다 돌아오는 대선의 의미는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 이상이다.


대선은 지난 5년 집권세력을 평가하는 의미도 크지만 정치·경제·사회 문제에 대해 각 정당들이 어떤 해법을 제시하는지를 집중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회다. 갈수록 복잡다기한 현실과 방대한 정책을 이해하는 데 유권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 선거보도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정책 이해에 대한 언론의 전문성, 언론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는 선거보도의 금과옥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한탄스럽다. 이번 대선은 ‘어느 후보(정당)가 더 혐오스러운가를 경쟁하는 대결’이라는 세간의 조롱처럼 거대 정당들이 윤리·도덕적 흠결이 큰 후보들을 내세웠고 정치적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한 거대 정당들의 공방은 전례 없이 거칠다. 정치권의 네거티브 전략이 기승을 부릴수록 언론은 공약에 함축된 정당들의 정책 비전을 소개하고 검증에 집중하면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언론은 오히려 정치권의 무차별적인 의혹제기와 정략공세에 편승하고 있다.


언론의 정책 검증보도가 양적으로도 부족하고 내용적으로도 파편적이라는 지적은 선거 때마다 나오지만 이번에도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6개 시민·언론단체가 지난 1월 출범시킨 ‘2022대선미디어감시연대’가 지난달 10~16일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의 대선보도를 검증한 보고서는 이를 방증한다. 선거보도 796건 중 정책을 언급한 보도는 31%에 불과했고 함량 미달 보도도 속출했다. 전체 선거보도 중 정책에 대해 언급만 한 보도는 17%였고, 정책을 검증까지 한 보도는 14%였다. 유권자가 정책의 장단점을 판단하고 실현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근거를 제공하는 보도는 선거보도 10건 중 1건 남짓하다는 얘기다.


‘정책보도는 교수와 기자들만 본다’는 속설처럼 정책보도는 인력과 시간을 많이 투입하지만 안타깝게도 독자층은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이른바 가성비가 낮다는 이유로 정책보도를 푸대접해 온 관행을 대선에서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은 변명거리가 될 수 없다. 다만 이런 언론 환경 속에서도 유권자들의 공정한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정책보도에 적극적으로 자원을 투입한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한겨레신문은 기후위기, 부동산 등 6개의 의제를 정한 뒤 유권자 139명을 인터뷰해 그들이 요구하는 공약을 대선캠프에 보내고 답변을 매회 4개 지면 이상에 게재하는 큰 기획을 선보이고 있다. 정책의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상향식 보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초부터 메인뉴스에 10분 이상씩 할애하는 KBS의 10대 공약 분석보도도 주목되는 시도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일부 언론의 노골적인 정파성은 이번에도 선을 넘고 있다. 공정선거의 감시자가 아니라 선거의 행위자로 뛰고 있다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예컨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장동 개발사업 연루 의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 연일 후보와 가족들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고 있지만, 이를 라이벌 정당의 ‘의혹제기’식으로 단순중계하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는 선거막판으로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한심하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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