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쇼트트랙 '환골탈태' 마지막 기회

[이슈 인사이드 | 스포츠] 김용일 스포츠서울 기자

김용일 스포츠서울 기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편파 판정과 도핑 파문으로 시끄러웠다. 올림픽의 근간인 공정성을 흔드는 사건이 속출한 것이다. 그중 쇼트트랙은 정식 종목 지위를 흔들 만한 편파 판정이 나와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쇼트트랙은 역사적으로 한국이 강세였지만, 여러 이변과 흥미로운 스토리로 동계올림픽 인기 종목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빙상 종목 중 유일하게 몸싸움이 자주 벌어지다 보니 판정 이슈도 잦다. 그렇다고 이번 올림픽처럼 도를 넘은 편파 판정 논란은 전례가 없다. 개최국 중국은 쇼트트랙 첫째 날 혼성계주와 둘째 날 남자 1000m 종목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 이득을 보면서 금메달을 따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중화 민족 우수성을 기조로 대회 흥행을 위해서 호성적이 선결 조건이었다. 사실상 중국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종목은 쇼트트랙이 유일하다. 4년 전 평창 대회 때 한국 쇼트트랙을 이끈 김선태 감독을 수장으로 앉히고,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안현수)을 기술코치로 영입하는 등 자존심을 내려놓고 ‘쇼트트랙 코리아 DNA’를 수혈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렇다 보니 쇼트트랙은 대회 전부터 판정을 두고 중국을 향한 홈 어드밴티지가 잦으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홈 어드밴티지라도 어디까지나 수긍이 가능한 범위에서, 때론 교묘하게 벌어지는 게 대다수다. 그런데 너무나 황당한 판정에 한국뿐 아니라 헝가리, 미국 등 쇼트트랙 참가국 다수가 피해를 호소했다. 세계 곳곳에서 판정 논란이 거세지자 중국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모두 큰 부담을 느낀 정황이 여럿 포착됐다. 이상하리만큼 이후 경기부터 판정 문제가 줄어들었다. 한국은 판정 논란을 딛고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획득했는데 다른 나라가 비판 목소리에 가세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 성적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


쇼트트랙 판정 문제를 베이징의 해프닝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전 세계가 들끓는 수준의 판정 문제가 불거지는 건 올림픽 정식 종목 지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쇼트트랙은 월드컵 시리즈 등 다른 국제 대회에서도 판정 이슈가 종종 나온다. 국제 대회마다 판정 문제로 올림픽 종목에서 쫓겨난 적이 있는 레슬링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쇼트트랙이 올림픽 기본 정신에 부합해 정식 종목 지위를 지속해서 누리려면 재편과 혁신이 불가피하다.


그 속에서 한국 쇼트트랙도 진정한 성찰이 요구된다. ‘심석희 사태’를 골자로 한국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오랜 파벌 다툼과 부조리, 짬짬이 논란 등 곪은 상처가 크게 터졌다. 총감독 없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5개의 메달로 체면치레했다기엔 빙상계 내홍은 웬만한 국민이 알 정도다. ‘공정과 상식’이 화두인 요즘 시대에 이를 기본으로 두는 스포츠가 외면한다면 국민은 효자 종목이어도 엄한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빙상인이 해묵은 갈등을 봉합하고 환골탈태의 길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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