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사력에 대한 '과도한 숭배'를 멈춰야

[이슈 인사이드 | 통일] 장용훈 연합뉴스 한반도콘텐츠 기획부장

장용훈 연합뉴스 한반도콘텐츠 기획부장

“북한의 새로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


연초부터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해 다양한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자 국내 전문가들은 앞다퉈 북한 미사일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한국 방어망의 부실함을 부각하고 있다.


이스칸데르, 에이태킴스에 이어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최근 북한이 선보이는 미사일에 대한 요격불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미사일 방어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급기야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고층방어에 사용되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까지 거론되고 있다.
북한은 항상 미사일을 발사한 이튿날 언론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무기 성능을 과시한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11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북한은 다음날 관련한 제원을 소개했다.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는 거리 600㎞계선에서부터 활공재도약하며 초기발사방위각으로부터 목표점방위각에로 240㎞ 강한 선회기동을 수행하여 1000㎞ 수역의 설정표적을 명중했다”며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의 뛰어난 기동능력이 더욱 뚜렷이 확증되었다”고 밝혔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위협적이려면 탄도미사일 기술로 발사된 이후 활동비행에서 극초음속 비행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언급이 없는 부분은 전문가들의 상상력으로 채워진다. 엄청난 능력을 가졌을 것이라는 상상으로.


사실 북한 미사일의 정확한 능력은 현장에서 직접 다양한 데이터를 접하지 못한 상황에서 평가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사실 모든 국가의 군사력은 경제력을 뛰어넘기 어렵다. 과학과 기술, 투자, 시설의 집합으로 만들어지는 각 국가의 무기체계는 결국 경제적 역량의 총합으로 결정된다. 물론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자위적 억제력 확보’라는 국가적 슬로건을 내걸고 무기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하긴 우리는 북한의 새로운 무기에만 떨지 않는다. 심지어 나무로 만들어 2차 세계대전 이전에나 썼을법한 AN-2기도 위협이다.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연 우리는 북한에 겁을 집어먹을 만큼 약한가. 올해 국방예산은 작년 대비 3.4% 증가한 54조6112억원이다. 총 예산 604조4000억원이니 거의 10%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5년 뒤에는 70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이 자체적으로 만드는 자주포와 장갑차는 각국에 수출되며 K-방산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다 자체적으로 SLBM을 개발해 발사에 성공했고 미사일 탄두중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로켓 개발도 착착 진행중이다. 또 동맹인 미국을 믿는다면 미군이 보유한 다양한 전략무기까지 한국의 방어에 투사될 예정이다.


더는 북한에 ‘쫄’ 필요가 없지 않을까.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과도한 숭배는 공포를 낳고, 두려움은 스스로를 비하하는 자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오히려 지금은 북한의 생각과 의도를 관리하기 위해 집중해야 할 때이다. 북한에 대한 두려움은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데서 나온다.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고,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의도를 바꾸어나가는 작업. 바로 외교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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