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49) 대수로운 바람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일하다 다치지 않게’라는 구호를 보거나 들을 때마다 잔잔한 물결이 살랑이던 머릿속에 큰 돌이 뛰어듭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일하다 다친 동료가 많은 까닭입니다. 송년회로 오랜만에 만난 한 동료는 제게 “길에 서 있다가 ‘저 차에 치이면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취재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된 이들은 현장과 잠시 멀어져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취업준비생 시절, 이 업계에 누구보다 들어오고 싶었던 이들이었는데 지금은 다시 현장에 돌아오기를 겁내거나 돌아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추위 스케치를 자주 하는 요즘, 장갑 없이 타자 치고 셔터 누르는 빨개진 손에 눈길이 갑니다. 이들은 찬 바닥에 그냥 앉습니다. 추위 스케치로 저들을 찍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올해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아픈 동료가 작년보다는 적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예 없으면 더할 나위 없겠죠. 현장과 잠시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이들도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일하다 다치지 않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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