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관광 안내한다더니 잠수작업하다 숨진 고3

[제374회 이달의 기자상] 강현석 경향신문 전국사회부 기자 / 취재보도1부문

강현석 경향신문 기자

고(故) 홍정운군의 명복을 빕니다. 홍군을 떠올릴 때마다 면목이 없습니다. 홍군 죽음의 진실을 끄집어냈지만, 고백하건대 끝까지 끈기 있게 다루지 못했습니다.


18살 어린 학생의 죽음이 들춰낸 건 ‘바뀌지 않는’ 한국 사회의 민낯이었습니다. 물을 무서워해 잠수교육 현장을 벗어나기까지 했다는 홍군은 잠수자격증이 없었습니다. 장비를 다루는 데도 서툴렀습니다. 이런 홍군을 “배 밑 바닥 청소를 하라”며 물속으로 밀어 넣는 게 선진국이 됐다는 한국의 노동현장입니다.


홍군처럼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가 된 학생들이 숨지는 사고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2014년 충북 진천에서 김동준 학생이 숨졌고 2015년에는 경기 군포에서 김동균 학생이 사망했습니다. 2017년에도 제주에서 이민호 학생이, 같은 해 말에는 전주에서 홍수연 학생이 또 숨졌습니다.


이들 학생의 부모님들은 2018년 ‘직업계고 현장실습 피해자 가족모임’을 만들어 정부에 “더 이상 현장실습으로 인한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단체 채팅방을 통해 홍군의 부모님을 위로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 이민호 학생의 아버지인 이상영씨와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그는 “한두 번 이야기 한 것도 아닌데 현장실습 현장은 바뀌지 않는다. 청와대 청원을 올렸는데 국민들의 관심도 별로 없다”고 낙담했습니다. 이씨는 “가족모임 숫자가 더 늘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끼리 안부나 묻고 서로 위로하는 상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인데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기자들이 이 문제를 더 많이 다뤄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새기고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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