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머지포인트가 지속 가능한 모델이었다면 혁신적인 신사업이 됐을 것이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높아야 2%대라고 하는데, 20% 수익을 한도 없이 가져다주는 금융상품이나 마찬가지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런 상품은 존재할 수 없다. 국가나 지자체가 세금을 투입해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도 10% 할인이 고작이고 구매한도도 제한돼 있다. 그런데 머지포인트는 이런 상품을 3000억원이나 발행했다. 600억원이나 되는 수익을 어디서 가져올 수 있는지 아직 아무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런 불안요소 때문에 전자신문 보도 이전에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머지포인트에 대한 의혹이 지속 제기되고 있었다. 최초 보도 이후 불안을 감지한 소비자들이 빨리 머지포인트를 소진하거나 일부 온라인 쇼핑몰이 취급 제한 조치를 취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취재에서 가장 씁쓸했던 부분은 머지포인트와 운명공동체가 되어버린 피해자들이다. 머지포인트가 망하면 충전한 내 돈도 없어진다는 생각에 다른 피해자에게 추가 구매를 부추겼다. 일부는 그들이 안고 있는 폭탄을 한 번 더 누군가에게 넘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머지포인트 결제 중단 소식을 듣지 못한 동네 상점으로 몰려가 수십만원어치 사재기를 했다. 자영업자들에게 그들은 머지포인트와 다른없는 가해자였을 것이다.
코인사기나 금융피라미드 사기에서 이런 부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업 정상화를 빌미로 피해자의 남은 자금마저 노리는 사기꾼들도 무수히 많다. 머지포인트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국회, 언론이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