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25) 그 전과 같을 순 없겠지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제주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회사와 동료들의 배려로 긴 휴가를 쓰게 됐습니다. 한 달의 시간을 쓰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 판단해 근속휴가에 연차휴가를 보탰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습니다. 계획대로 될 리도 없지요. ‘지난 20년 사진기자 생활을 돌아보고…’와 같은 식상한 다짐의 문장이 떠오르자,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저 낯선 공간과 상황에 나를 놓아두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습니다. 그 속에서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막상 휴가지에서 ‘루틴’이라는 게 생겼습니다. 저물녘의 하늘과 바다를 향해 ‘멍 때리는’ 일이었습니다. 느슨하고 간결한 하루 중 가장 설레는 시간이었지요. 예측할 수 없는 색깔과 모양을 시시각각 펼치는 하늘과 구름, 마지막 붉은 빛이 부서지는 바다. ‘황홀’이라는 좀처럼 쓸 일 없었던 단어를 제일 먼저 떠올렸습니다. 어두워지며 드리우는 긴 여운까지 보고 앉아있으면 ‘내가 선해지고 있구나’하는 경이로운 착각까지 이르게 되더군요.


멈추고 바라보니, 작고 사소하다 여겼던 것들이 제법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그간 참 서두르며 살았구나, 새삼스러운 반성도 합니다. 한 달을 쉬었다고 복귀 후에 크게 달라질 건 없겠지만, ‘그 전과 같을 순 없겠지’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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