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5월이었습니다. 간부 교관의 위협적인 폭언 속에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집에 온 부산진소방서 46살 이정렬 소방관이 갑자기 쓰러져 숨졌습니다. 한숨 짓던 동료들과 하염없이 울부짖던 아내, 아빠의 근무복을 매만지던 어린 두 자녀의 그 장례식 풍경을 기억합니다.
이 소방관이 ‘아직도 그대로냐’며 하늘에서 원통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걸까요? 그의 동료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긴 호흡의 취재로 최근 10년간 비위 자료를 입수해 냈습니다. 간부들이 부하직원을 몸종처럼 부려먹고 부정하게 수당을 타가는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피서철, 구조 보트에 지인들을 태워주고 구조한 유기견을 시장에 팔아먹는 행태도 취재했습니다. 검찰이 10년 전, 승진을 대가로 돈을 주고받은 부산 소방 간부들을 재판에 넘겼는데 징계를 받고도 대부분 승진한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JTBC 보도 이후, 소방청은 집중감찰에 나섰습니다. 관행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간부들이 전국을 돌면서 일하게 하는 ‘순환근무제’를 시행하겠다고 했습니다.
목숨을 건 화재현장에서 온몸으로 불길을 막는 일선 소방관들이 취재진에게 한 말입니다.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고 길바닥에서 자는 쪽잠은 소방관의 본분이니 앞으로도 계속 감당할 수 있지만 내부에서 벌어지는 횡포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견제받지 않는 권력’에 대한 취재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펜을 고쳐 잡고 다시 뛰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