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소음으로 전국에서 제일 시끄럽다는 부산 딴치마을 정자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 헬스장에서 김준용<사진> 부산일보 기자는 잔다. 정말 푹 잔다. 부산일보 디지털 기획 <자는 남자 걷는 여자> 영상 속 부캐 ‘잠만용’으로 일하고 있는 김 기자의 모습이다. 영하 18도의 혹한, 헬스장 소독을 위해 수시로 돌아가는 방역기의 시끄러운 소리 등 열악한 수면 환경에도 김 기자는 말한다. 자신이 없다고, 못 잘 자신이.
“아무래도 조회수 신경을 안 쓸 수가 없거든요. ‘내가 연예인이나 유명 유튜버도 아닌데 첫 화에 너무 따뜻한 데서 자면 주목도가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추운 날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도 저는 그냥 눈을 감았습니다.”
김 기자는 부캐 ‘뚜벅율’인 서유리 기자와 함께 <자는 남자 걷는 여자>를 선보이고 있다. 1화 딴치마을 편을 보고 대부분 극한체험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다양한 현장, 그 속 다양한 사람들의 내면과 접선하는 ‘잠’입취재”라고 김 기자는 설명한다.
영상 속 자는 모습은 일부일 뿐 잠자고 온 장소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텔링 기사다. 지난해 11월 5~6년 차 젊은 기자들과 PD, 작가들이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국 뉴콘텐츠팀으로 모여 그동안 언론에서 시도하지 않은 콘텐츠는 뭔지 고민하다 나온 아이디어였다.
“부산 사람들이 꼭 기억해줬으면 하는 장소들을 선정하고, 그 장소를 통해 하고 싶은 얘기를 풀어내려 했죠. 상대적으로 영상보다는 글 기사에 가까운 기자들이다 보니 영상과 기사가 같이 갈 수 있는 콘텐츠를 생각했어요. 한 달 동안 회의만 했는데 일상 시간에 낮잠 자고 싶다는 얘기도 나오고, 그러다 남이 자는 걸 보는 콘텐츠가 없다는 얘기도 나오면서 일단 시작해보자 이렇게 된거죠.”
“와서 뭐합니까. 잔다고? 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와 보이소.” 기자가 잠자러 가겠다는 말은 취재원은 물론이고, 이걸 설명하고 있는 본인에게도 아직 이상하다. 그래도 기자의 설명에 취재원들은 선뜻 장소를 내주며 김해공항 바로 옆에 살며 비행기 소음 피해를 겪고, 헬스장을 개업했지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터놓았다.
자는 시간은 30분쯤이지만, 원고지 30매가 훌쩍 넘는 분량의 기사를 쓰기까지 5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짧은 호흡의 기사에 익숙했던 김 기자에게 스토리텔링 기사는 새로운 시도였다. 하루하루 기삿거리 찾기 바쁜 기자였을 땐 관심도 없었고,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분야이기도 했다. “딴치마을 편은 촬영하고 난 후 따로 이틀 동안 더 찾아갔어요. 한 시간 정도 말을 들어서는 스토리텔링을 못 하겠더라고요. 여러 스토리텔링 기사와 자료를 찾아보면서 도움을 얻었죠. 기사를 쓰면서도 뒷부분으로 갈수록 점점 기존 기사체로 간다고 생각했는데 독자들이 바로 알더라고요. 뒤로 갈수록 재미가 없다고 그동안의 기사는 독자들에게 얼마나 더 재미없었다는 건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많은 사람이 읽는 기사를 쓰려고 했다면, 지금은 한 명이 읽어도 끝까지 읽는 기사를 쓰려고 해요.”
김 기자의 목표는 <자는 남자 걷는 여자>의 성공적인 안착이다. “부산하면 사실 야구 이야기가 워낙 많아서 가을까지 콘텐츠가 이어진다면 야구장에서 자보면 어떨까 싶어요. 롯데가 또 못하면 야구장에 사람이 많이 없을텐데 걱정도 드네요.(웃음)”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