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 혼자만의 시간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강윤중(경향신문), 이효균(더팩트), 김명섭(뉴스1), 하상윤(세계일보)이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제주 앞바다를 바라봤습니다. 송년·신년호 사진을 찍기 위해 새벽에는 여명을, 저물녘에는 석양을 기다렸습니다. 사진이 기다림의 미학이라고는 하나, 기다리는 마음은 답답하고 초조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며칠을 그렇게 서 있었습니다. 나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건 삼각대에 카메라를 얹고 셔터를 누르는 일이 전부지요. 정작 중요한 것들은 하늘과 바다, 해와 바람이 채워주는 겁니다. 대자연의 기운 앞에 한없이 먼지처럼 작아졌습니다. 지나간 한 해 동안 나를 채웠던 욕심과 미움, 분노와 악담 등을 부끄럽게 돌아봤습니다. 새해에는 겸허해지자 다짐도 했습니다.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이었습니다. 비대면 시대에 가장 바람직한 사진취재 형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제주의 바람과 파도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그 기세 앞에서 2021년의 소망이 절로 중얼거려졌습니다. “다만 역병에서 구하소서.”


강윤중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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