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이 '돈을 주면서까지 보고 싶은' 조선일보 콘텐츠 고민할 것"

[인터뷰] 주용중 조선일보 편집국장

조선일보 신임 편집국장으로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이 지난 4일 임명됐다. 조선일보로선 2년 11개월 만의 편집국장 교체였고, 주 본부장 개인으로선 4년 7개월만의 편집국 복귀였다. 주용중 편집국장은 취임사에서 “올해 조선일보가 100주년을 맞았는데 100년의 전통에 기대려만 해서는 안 된다”며 “조선일보의 정체성만 빼고 다 바꾸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포부를 밝혔다.


상황은 그러나 녹록지 않아 보인다. 정부, 정치권, 시민단체 등에선 조선일보의 보도가 정파적이라며 비판하는 움직임이 거세고, 여기에 조선일보조차 비껴갈 수 없는 언론 산업의 위기, 또 포털 종속 구조 등 난제들이 신임 편집국장 앞에 놓여 있다. 조선일보가 올해 미국 워싱턴포스트사의 ‘아크 퍼블리싱(Arc Publicing)’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종이신문과 디지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디지털 전략에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 역시 적지 않은 상황이다.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이 지난 4일 조선일보 신임 편집국장으로 임명됐다. 조선일보로선 2년 11개월 만의 편집국장 교체였고, 주 본부장 개인으로선 4년 7개월만의 편집국 복귀였다. 주 국장은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무엇보다 기자 인플루언서, 기자 크리에이티브를 많이 배출한 편집국장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은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은 주용중 국장. /강아영 기자

기자협회보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 사옥 3층 편집국장실에서 주용중 편집국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팎으로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생각과 해결방안, 또 그가 편집국장이 되면서 강조한 서비스 저널리즘, 기자 인플루언서 등이 무엇인지 물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직전 4년 7개월간 조선일보를 떠나 있었는데 중책을 맡게 됐다. 내외부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 편집국장으로 취임했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조선일보가 올해 100주년을 맞았기 때문에 새로운 100년을 여는 데 밀알이 되고 싶다. 기자로서 방송의 보도책임자, 또 신문의 보도책임자를 맡게 됐는데 여한이 없다. 수습기자의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성심껏 일해보고 싶다.”

-취임사에서 독자를 위한 서비스 저널리즘을 강조했다. 지금 조선일보 주 독자는 누구이며,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디지털에선 45세 미만 독자들이 40% 정도 된다. 젊은 층도 많이 찾고 있다는 뜻이다. 신문은 아무래도 평균 연령이 좀 더 높아지겠지만 어쨌든 뉴스 콘텐츠라는 건 동서를 막론하고, 사회 체제를 막론하고 필요로 하는 주요 기능이기 때문에 역시 팩트를 팩트대로 다루고 할 말은 하는 언론을 원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한다. 또 독자들은 지금 자신의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고품질의 콘텐츠를 원하고 있다. 요약하면 팩트를 제대로 다루고 할 말은 하는 언론, 자신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많은 언론을 독자들이 원한다고 생각한다.”

주용중 편집국장은 지난 12일 취임사에서 “신문 1등, 방송 1등에 이어 디지털도 1등을 하고 조선일보를 전체 미디어 시장의 허브로 우뚝 세우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대전환, 콘텐츠의 점핑이 절실하다”며 “멀티페르소나 시대의 고객들이 어떤 콘텐츠를 원하느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바로 지금 해야 한다. 뉴욕타임스가 말하는 ‘에버그린 콘텐츠’의 한국판을 우리가 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독자의, 독자에 의한, 독자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서비스 저널리즘”을 강조했다.

-조선일보의 에버그린 콘텐츠로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있나.
“하고 싶고, 해야 될 분야는 많지만 우리의 현재 여건을 보면 사실 인원이 한정적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예를 들면 우리가 갖고 있는 콘텐츠 중에 독자들이 돈을 주면서까지 보고 싶은 콘텐츠는 과연 무엇일지 이걸 먼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저희가 월요일에 ‘민트’를 만든다. 재테크 관련 콘텐츠인데 민트를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이 있을 것 같고 또 우리 TV조선에서 예능 프로그램들이 잘 되고 있지 않나.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이 굉장히 인기를 끌고 있는데 예를 들어 조선일보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에 대해 얼마든지 좋은 기사를 양산할 수 있다고 본다. 또 뉴욕타임스 요리 섹션이 알다시피 인원도 몇 십명 이상이고 또 수익도 상당히 많이 올리고 있는데 예를 들면 우리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등을 활용해 관련 콘텐츠를 생산할 수도 있다. 그리고 조선미디어그룹에 자매사들도 많기 때문에 해당 매체들과 협업해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등을 고민해나갈 예정이다.”

-지난 15일자 인사에서 편집국 산하에 기획부, 에버그린콘텐츠부, 데이터저널리즘팀, 뉴스레터팀을 신설했다. 어떤 성격의 조직들인가.
“신문과 디지털을 같이 잘 하려면 근무 시스템이 굉장히 효율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거품이나 비효율적인 부분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기자들이 일할 수 있는 주변 환경, 시스템을 바꿔보기 위해 기획부를 만들었다. 에버그린콘텐츠부 데이터저널리즘팀 뉴스레터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디지털 파트를 더 강화하기 위해 만든 조직들이다. 사실 디지털 부문에서 워낙 경쟁사들도 많고 분야도 많은데 일단 이 정도로 시작을 해서 희망의 발판을 만들어 보려 한다.”

-노보 인터뷰를 보면 기획부장이 ‘소통혁신부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부장의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나.
“먼저 이번 인사에서 기획부장이 기자들에게 세 가지를 받았다. 자기가 필생으로 어떤 콘텐츠에 집중하고 싶은지, 또 현 부서에서 더 일하고 싶은지 옮기고 싶은지, 그리고 국장을 지금 면담하고 싶은지 아니면 나중에 면담하고 싶은지 등이었다. 이런 것들을 받아 인사에 많이 반영을 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대면은 못 했지만 저도 30여명 넘게 전화통화로 의견을 들었다. 기획부장은 앞으로 좀 전에 얘기했던 시스템 개선에 주력할 계획이다.”

-데이터 저널리즘팀은 일종의 탐사기획팀인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궁금하다.
“저도 사실 데이터 저널리즘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어쨌든 지금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매일 쏟아지고 있고, 과거와 달리 요새는 AI가 그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빠른 시일 내에 분석할 수가 있다. 다만 저희 힘만으론 못하고 관련된 외부 기관, 단체와 협업을 통해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데이터를 분석해 하나씩 하나씩 올려보려 한다. 지난번 미국 대선 때도 봤듯이 미국  디지털 뉴스들이 자료를 분석하는 게 대단했지 않나. 우리 역시 내년에 재보선이 있고, 내후년에 대선도 있기 때문에 정치 분야에서의 데이터 저널리즘은 지금 시급하게 정착시켜야 할 과제라고 본다. 다만 현재로선 해당 팀으로 내부 인원을 충원하진 못 했다.”

-산업 1, 2부를 통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산업 1부가 굴뚝 기업, 전통적인 대기업을 담당했고 산업 2부는 IT 기업, 테크 기업들을 맡았다. 그런데 지금 시대가 어떻게 변했냐 하면 네이버나 카카오톡 등 테크 기업, IT 기업이 더 크게 성장했다. 그러면 이런 구분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또 모든 산업이 융·복합으로 가는데 어느 한 쪽만 취재하다 보면 절름발이가 되지 않겠느냐 해서 기자들이 산업 전반을 골고루 경험하고 취재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부를 통합했다. 그리고 아까 ‘민트’를 얘기했는데 민트팀은 그동안 경제부와 산업부에서 파견을 받아 임시적으로 운영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민트팀에 기자들을 전속 발령을 냈다. 민트팀은 재테크를 담당하기 때문에 사실 민트팀이 제대로 발전하면 제3의 경제·산업부가 될 수도 있다 생각한다.”

-기자 인플루언서, 기자 크리에이티브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의 의지에만 기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조직 차원에서 인재를 육성할 계획, 방안은 없나.
“강조하고 싶은 건 기자들도 굉장히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소설가나 시인은 아니지만 균형 잡힌 시각으로 팩트를 찾은 이후엔 그 팩트를 놓고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하고 상품을 만든다. 그러면 우리 조직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기자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기자들에 대한 평가 시스템, 인센티브 부여 방식 이런 것들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어찌됐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제 몫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디지털TF, 지면개선TF, 근무시스템개선TF 등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제가 편집국장 취임 전에 여러 사람들의 자문을 구해 디지털 관련 조직을 바꿔야겠다 생각을 했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디지털TF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지면개선TF, 여론면개선TF도 있는데 아직 구성은 못 했다. 근무시스템개선TF는 기획부장이 주관하지만 현장 기자들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팀장은 차장급 기자로 임명하려 한다.”

지난 16일자 노보 인터뷰에 따르면 주용중 편집국장은 부장단 회의에서 위의 TF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TF는 박종세 디지털 총괄에디터가 책임을 지고 꾸려가며, 근무시스템개선TF는 정성진 기획부장이 주관한다. 주용중 편집국장은 “면 배치나 그래픽 등, 편집이 달라져야 독자들이 ‘산뜻해졌다’ ‘세련돼졌다’라고 느낄 것”이라며 “여론면도 지금까지는 내부 필자들이 순환제로 써왔지만 최선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세대별, 각 분야별로 화제가 되고 있는 그런 사람들을 모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크 도입 이후 구성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조직 차원의 디지털 방향이 없다는 것이었다. 향후 신문에서 디지털로 무게중심을 이동할 생각이 있나.
“분명한 건 디지털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희 조선일보는 어떻게 보면 행운이자 어려움을 안고 있다. 다른 신문사의 경우엔 이미 지면이 많이 기울어서 디지털로 확 가면 되는데 저희는 사실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쨌든 현 단계에선 신문과 디지털을 같이 잘 만들어야 되는데 결국은 우리 편집국의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라 신문과 디지털이 겹치는 부분에 대해선 중복 투자를 하지 않고, 겹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각각의 개성을 발휘하는 쪽으로 운영을 할 생각이다. 현재 국내 메이저 언론 중에 디지털 유료화로 성공을 거둔 사례가 아직 없다. 언론들이 지금 네이버에 많이 종속돼 있는데 단지 클릭 수만 많아서 되겠느냐, 결국은 다른 언론들도 다 마찬가지 생각일 텐데 어떻게 하면 유료화를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선일보를 불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조선일보의 정파적 보도 태도가 독자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대북정책이라든지 복지정책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기준으로 놓고 어느 매체가 보수적이다 진보적이다 말할 순 있지만 조선일보가 정파적이라고 하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아시다시피 언론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권력에 대한 견제다. 제가 TV조선에 있을 때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처음부터 보도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선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과 연계돼 있다는 걸 특종 보도했다. 그러니까 어느 정권이든지 언론은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본연의 기능을 하는 거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때 우리가 국정농단을 처음 보도했다고 현재 여당 편이냐 이건 또 아니지 않은가. 그건 호사가들이나 정치인들이 언론을 이용하려고 규정한 생각이다.”

-TV조선 보도본부장으로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조선일보 편집국장직을 수행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방송에선 메인 뉴스 전체 시청률 외에도 각 아이템별 시청률이 따로 나온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어떤 아이템에 관심을 가질지 좀 더 철저하게 고민을 해봤는데, 그런 경험이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예전엔 사실 공급자 위주의 콘텐츠가 없지 않았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정말 원하는지 그걸 제대로 고민해보려 한다.”

-앞으로의 각오나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 언론 산업이라는 게 진짜 사람이 전부다. 사람이 알파고 오메가인데 저는 다른 것보다도 ‘기자 인플루언서, 기자 크리에이티브를 많이 배출한 국장이었다’는 얘기를 후배들이 한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인플루언서 후보들은 여러 명 있는데 앞으로 이 친구는 어떻게 해야 자기 역량을 100% 발휘하면서 신나게 일할 수 있을까, 그런 관점에서 한 명 한 명을 제대로 관찰해보려 한다. 왜냐면 글을 보면 사실 행간에서 기자의 마음이 어떤지 그게 드러난다. 독자들도 우리 기사를 보면서 조선일보 구성원들의 집단의식, 집단지성 이런 것을 느낄 거라 생각한다. 우리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정말 신나고 재미있게 일한다면 그게 지면에 드러날 거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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