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투자, 이래서 어렵다

[이슈 인사이드 | 금융·증권] 이혜진 서울경제신문 증권부 차장

이혜진 서울경제신문 증권부 차장 주식 투자, 어렵다. 올해 상승장만 겪은 이들은 “나 주식에 소질 있나봐”라고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주식으로 재산을 불렸다는 사람 찾기는 쉽지 않다. 난다 긴다 하는 재야의 고수들 중 일부는 올해 3월 폭락장에 본 손실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해 헤매고 있다고 한다.


왜 힘들까. 주식은 미래를 예측하고 현재의 돈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무이론으로 보면, 회사의 지분(주식) 가치는 그 회사가 벌어들일 미래 현금흐름을 이자율로 할인한 금액의 합이다. 동네 고깃집의 내년 매출도 예상이 안되는데, 한 해 매출이 수 십 조원, 수 백조 원인 회사의 5년, 10년후 수익을 예측하는 일이 오죽 어렵겠는가.   


한국 주식 투자는 한 술, 아니 두 세 술 더 뜬다. 주가 예측에 중대 변수들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북한 핵 문제, 한일 관계가 대표적이다. 그나마 이런 이슈들은 내성이 생겼거나 실제 영향이 크지 않다. 그 중에서도 지배구조 문제는 개선이 질기게도 안되는 변수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선 주요 그룹들의 계열사 주가가 영업 외의 이유로 요동을 쳤다. LG화학의 경우 회사분할 이슈로 떠들썩했다. 회사측이 과감한 투자유치를 위해 LG화학의 핵심 성장 동력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를 분사하되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두는 물적분할 방식을 택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이론적으로는 회사의 실질 가치에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주주들이 반발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특수한 상황은 간단치가 않다. 자회사의 가치가 모회사의 주가에 너무도 제대로 반영 안되는 이상한 현실에서 물적분할은 오너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그대로 유지시켜 주는 반면 일반주주들의 주식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회사의 전체 가치가 올라가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일반주주들의 이익까지 비례해서 올라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국민연금도 이 점을 고려해 반대했다. 고도의 경영판단에 관한 문제를 칼로 무 자르듯 어느 편이 옳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결국 다수 주주의 지지를 받아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사하기로 결론은 났지만 LG화학의 물적분할 문제는 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이건희 회장의 작고 이후 삼성계열사와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승진 이후 현대차 계열사의 주식들도 널을 뛰었다. 회사의 미래 현금 창출력에 변동이 생겨서가 아니다. 오너 일가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성장동력이 집중되고 지배구조도 개편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기대는 근거 없이 생기지 않았다. 과거 삼성물산 합병, 글로비스 합병 추진의 전적이 있기에 시장은 꿈틀댔다.  


이 같은 문제의 근원적인 원인은 재벌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3.6%이지만 계열사를 통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지분율은 50.7%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점이 특정 회사의 가치와 지배주주의 이익, 일반주주의 이익이 완벽하게 일치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의 시발점이다. 국내 상장사들에서 일반 투자자의 뒤통수를 치는 결정이 나올 때마다 “이래서 미국 주식투자가 맘 편하다”는 탄식이 나온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지배구조 리스크’ 고질부터 치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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