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 종사자의 분투만 요구해선 안 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지역신문, 지역의 명품이 되다’는 주제로 2020 지역신문 컨퍼런스가 지난 6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다. 예심을 통과한 일간지 15개사, 주간지 12개사 등이 참여해 지역언론의 경험과 성과를 공유했다. 지역민과 지역공동체를 위한 기획 보도, 지역밀착형 디지털 콘텐츠 실험 사례가 눈에 띄었다. 강원도민일보는 비무장지대 마을의 역사를 끈질기게 추적한 기획연재물 ‘DMZ 사라진 마을을 찾아서’를 발표해 대상을 받았고, MBC강원영동은 크로스미디어 실험 ‘하우투’와 ‘청춘 스마트 클래쓰’를 통해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는 콘텐츠가 가능하다는 점을, 국제신문은 뉴스레터가 지역독자들에게 지역뉴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지역신문 컨퍼런스의 핵심 메시지는 매년 도전과 혁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디어 환경 변화와 언론에 대한 신뢰 하락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역언론이 마주하는 현실은 한층 열악해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지역신문 열독률은 최저로 떨어진 상황이다. 생존을 위한 부단한 변화와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지역언론을 둘러싼 악순환의 고리는 반복되고 있다. 독자와 시청자가 지역언론을 찾지 않아 나타난 구독과 광고수입 감소는 경영악화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저임금 등 구성원에 대한 복지 감소로 직결돼 지역언론의 품질 하락으로, 다시 지역민의 외면을 받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희창 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지역종합일간지는 110개사, 지역주간신문은 560~570개사에 달한다고 한다. 지역신문은 증가 추세에 있지만 지역민이 지역신문을 찾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대전충남민언련이 지난 8월3일부터 14일까지 2주 동안 대전지역 주요 일간지 4곳과 인터넷신문 3곳을 대상으로 출입처 보도자료 비중을 조사했더니 7개 언론사가 생산한 6856개 기사 중 4406개(64.2%)가 보도자료성 기사로 나타났다. 대전충남민언련은 “지역언론 보도의 콘텐츠 차별성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볼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독자들의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역언론 콘텐츠가 보도자료성 기사로 채워지는 건 구조적인 요인과 맞닿아 있다. 웬만한 지역일간지의 경우 정치부 인력이 서너 명에 불과할 정도로 뉴스룸은 만성적 인력난에 허덕이고, 디지털 인프라 투자는 없다시피 하다. 차별화된 기사와 정보가 빈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언론사 수익 대부분을 지방정부의 광고와 협찬에 의존하다 보니 지방권력에 대한 감시의 날은 무디어졌다. 기자들이 발로 뛰어 만든, 공들인 콘텐츠는 중앙 언론사 뉴스가 대부분인 포털 장벽에 막혀 있는 둥 없는 둥 사라지고 있다.


암담한 지역언론 현실은 종사자들의 분투만 요구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공론화를 통해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역언론 지원 제도는 헛돌고 있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의 경우 2007년 131억원이던 지원액(융자, 운영비 제외)이 지난해 64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지역방송발전기금은 올해 40억원이 지원됐는데, 지원받은 언론사가 44개사에 달했다. 여론 다원화 및 지역사회 균형발전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지역언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지역언론을 향해 던지는 물음표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책과 함께 지역언론의 전면적인 쇄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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