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서울지부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사내 성평등 의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직도 개선해야할 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MBC본부는 "성평등 의식, 더 개선되어야 한다"며 "회사는 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8월1일부터 31일까지 회사와 함께 사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설문을 진행해 남성 573명, 여성 211명 등 총 784명이 응답한 결과를 지난 2일 ‘문화방송 노보 257호'를 통해 공개했다. 총 10개 문항의 설문에 대한 응답결과 전반은 성평등 의식이 어느 정도까지는 구축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여성과 남성 간 답변 차이가 컸던 일부 문항 등을 통해 개선의 필요성 역시 드러난 탓이다
예컨대 “회사 안에서 ‘살 빠졌네’, ‘살 좀 쪘지?’, ‘오늘 예쁘네’, ‘화장을 좀 하고 다녀라’, ‘오늘 옷차림이 00하다’ 등 외모품평을 했거나 받아본 경험이 있다”는 문항은 대표 사례다. 전체 응답자 중 22%가 ‘그렇다(18%)’, ‘매우 그렇다(4%)’고 답변했고 58%(아니다 31%, 매우 아니다 27%)는 그런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여성과 남성 답변 차이가 컸는데 남성은 15%, 여성은 43%가 ‘그렇다’과 ‘매우 그렇다’로 응답했다. MBC본부는 “특히 30, 40대 여성이 각각 48%, 62%로 ‘그렇다’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여전히 외모품평 등을 많이 받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회사 안에서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 ‘빨리 결혼해’처럼 결혼, 연애 등 사생활에 대해 질문 또는 간섭을 받은 적이 있다”는 문항 응답결과 역시 남녀 답변 차가 큰 경우였다. 남성은 14%가 '그렇다' '매우 그렇다'고 답한 반면 여성의 경우 이 비율이 42%까지 치솟았다. 특히 30대 여성 49%, 40대 여성 53%가 조사군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사생활 관련 질문과 간섭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전체적으론 응답자 22%가 ‘그렇다(17%)’ ‘매우 그렇다(5%)’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30대 38%가 ‘그렇다’, ‘매우 그렇다’고 응답해 가장 높은 비율로 사생활 관련 질문이나 간섭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회사 안에서 성희롱 사건 발생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를 느낀 적이 있다”는 문항도 성별에 따른 답변 차이가 컸다. MBC본부는 “이 질문은 성희롱 발생 시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해결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조성되어 있는지를 묻는 것으로, MBC 내에서 성희롱 신고와 예방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조사항목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사결과 전체 응답자 중 15%가 ‘그렇다’ ‘매우 그렇다’로 응답했고, 남성 11%, 여성 27%가 ‘그렇다’ ‘매우 그렇다’고 답변했다. 연령별로는 30대 여성 30%, 40대 여성 34%가 ‘그렇다’ ‘매우 그렇다’로 답했고, 50대 여성 52%가 ‘그렇다’고 답했다. 나이가 많은 여성일수록 성희롱 사건 발생 시 대응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MBC본부는 “과거부터 MBC의 조직문화 내에 이러한 분위기가 있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구성원들이 조직 내에서 성평등 의식의 부족함을 직접 체감하고 있는 부분도 드러났다. “우리 회사에서 보조적인 업무나 역할을 주로 담당하는 사람을 뽑을 때 선호하는 성별은 여성인 것 같다”는 문항을 두고 연령과 성별 관계없이 가장 높은 비율(30%)로 ‘그렇다(22%)’ ‘매우 그렇다(8%)’의 답변이 나왔다. 남성 21%, 여성 55%가 ‘그렇다’ ‘매우 그렇다’로 대답해 여성 구성원들이 더 문제의식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BC본부는 “회사가 보다 균형잡힌 채용을 위해 눈여겨 봐야 하는 대목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그 외 ‘회식이나 술자리 등 참여 강요나 술 강권’ ‘미투 등 직장 내 성희롱 문제제기를 어렵게 만드는 분위기’, ‘상사의 사적 심부름 지시’나 ‘폭언’ 경험을 질문한 문항이 있었다. 아울러 ‘스킨십 거절 의사표시는 부끄러워서 그런 것’인지 ‘탕비실 정리 시 남성이 하면 섬세한 거고, 여성이 하면 당연한 것인지’처럼 성인지 감수성을 평가하는 질문도 있었다. 문항 조사결과를 두고 MBC본부는 “남성 응답자에 비해 (여성이) 성희롱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성별에 따른 역할 인식이 좀 더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등의 평가를 함께 내놨다.
MBC본부는 “조합은 이번 결과를 통해 사내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성차별‧성희롱 예방을 위한 교육활동 및 제도 보완에 대해 사측의 적극적이 대응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매년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개선 추세를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조합원이 건강한 조직문화 속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