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사각지대 '온라인 퍼스트'

[속도전 중시, 허술한 대응으로 논란]
주말·심야 '데스크 취약 시간' 노려
맘대로 친분성 홍보기사 출고하기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19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 대다수는 TV와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뉴스나 시사정보를 접하며, 종이신문을 주로 이용하는 독자는 1.8%뿐이다. ‘신문기사’ 역시 대부분 모바일(79.1%)로 이용하며, 종이신문으로 읽는다는 응답자는 12.3%에 불과하다. 10명 중 1명만이 종이신문을 보고 대부분의 독자는 온라인(모바일)으로 이동한 지 오래인데, 신문사의 제작 시스템은 이와 반대다. 지면에 실리는 기사는 이중, 삼중의 데스킹과 철저한 게이트키핑을 거치는 반면, 온라인 기사는 ‘속도전’이 중시되며 허술한 데스킹과 대응으로 논란을 빚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경향신문 온라인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내용을 담은 기사가 게재됐다가 4시간 만에 삭제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 기사를 승인 없이 작성·출고해 징계를 받은 강진구 기자는 기자협회보 취재에 “그동안 온라인 퍼스트 원칙 속에서 온라인용 기사는 데스킹 없이 선출고해왔다”며 ‘셀프 출고’는 일종의 관행임을 주장했다. 이 말은 사실일까. 경향신문 한 기자는 “온라인 퍼스트는 지면보다 온라인에 먼저 쓴다는 것이지 데스킹을 안 봐도 된다는 게 아니”라며 “취재부서 소속 기자들은 물론이고 모바일팀도 속보 등 일부 급한 기사를 제외하고 아이템을 보고한 뒤 쓰는 것이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건은 기자가 ‘가짜 미투’ 의혹이라는 민감한 내용의 기사를 사전 보고나 승인 없이, ‘단독’을 달아 송고하면서 불거진 문제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강진구 기자가 경력 30년차에 가까운 ‘전문기자’였기 때문이다. 이런 전문기자나 선임기자, 부장급 이상이 쓴 기사가 사실상 데스킹 없이 출고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지난 3월 오보 논란으로 편집국장이 사과까지 했던 한국일보의 ‘코로나 진단키트’ 관련 온라인 기사 역시 기사를 작성한 부국장급 부문장이 자체 승인한 경우였다. 10년차, 차장급 이상 등 “웬만한 연차 이상”의 기자들에게 온라인 기사 승인 권한을 주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이나 심야 시간 등 취약 시간대를 노려 단독 출고를 하는 사례도 있다. 경제지 A 기자는 “친분성 홍보 기사 같은 걸 일부러 밤이나 주말에 온라인에 올리고 본인이 출고해서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종합일간지 B 기자도 “선거철 같은 때 지역 주재 기자가 본인과 가까운 후보나 정치인에 우호적인 기사를 쓰고 직접 데스킹을 봐서 주말 취약 시간대에 올리는 일이 있다”며 “해당 부서장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사전 보고가 원칙이며, 속보 등 긴급한 사안일 때만 사후 승인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이봉현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명확하게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연차가 높은 기자라 하더라도 데스크가 보지 않은 상태에서 온라인에 송고하는 경우는 없다”며 “최소한 어떤 기사가 나가는지 데스크에 사전 보고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중심 조직인 중앙일보 역시 마찬가지다. 중앙일보 C 기자는 “처음엔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완전히 디지털 중심으로 가면서 온라인 기사라고 해서 데스킹을 소홀히 하는 일 자체가 성립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다수 신문사의 디지털 전략이 사실상 ‘포털 대응’으로 수렴되고 속보 경쟁, 클릭수 경쟁이 중요해진 탓에 모든 온라인 기사를 사전에 철저히 데스킹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나마 정치·경제·사회 등 취재부서에서 발제·작성한 기사는 팀장급 이상의 데스킹을 거치지만, 보도자료나 연합뉴스 등을 단순 받아쓴 기사와 일종의 ‘트래픽용’ 기사들은 별도의 확인이나 검증 절차가 생략되곤 한다. 일단 쓰고 나서 나중에 문제가 되면 말없이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사례도 많다. 문제는 독자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오보나 논란이 되는 기사들이 게이트키핑을 거치지 않고 쏟아지면서 해당 언론사는 물론 언론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종합지 B 기자는 “지면기사는 원고지 3매짜리도 몇 번씩 데스킹을 보고 제목도 몇 시간씩 고민해서 다는데, 종이로 남는 신문과 달리 온라인은 틀리면 고친다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아무래도 승인 과정 자체가 더 쉬운 측면이 있다”며 “조금씩 대중이 알아보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생기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기사 내보내는 시간을 조금 늦추더라도 한 번 더 보고 체크하려고 하는데, 우리만 그런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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