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MBC 사장 "수신료 나눠 먹겠다? 오해다"
19일 방송학회 학술대회서 "글로벌 사업자와 불공정·기울어진 운동장 개선해달라" 호소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 입력
2020.06.19 18:01:11

박성제 MBC 사장이 “내가 수신료 나눠 먹겠다고 했다는 건 오해고 의도성 있는 기사”라며 “그런 주장을 펼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성제 사장은 19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정기학술대회에 기조 강연자로 참석해 지난달 방송학회 웹콜로키엄 당시 발제한 내용을 둘러싼 물음과 오해에 대해 해명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사장은 당시 발표 내용의 핵심을 △MBC의 공영방송 정체성 논란 종식 △법제도적 모순에 관한 사회적 호소 △공영방송 MBC의 정책 제안 등 3가지로 요약하며 이 중 세 번째 항목과 관련해 ▲공영방송의 법적 지위와 공적책무의 명확화 ▲공영방송의 거버넌스 개혁 ▲공영방송의 건전한 재원구조 설계 및 관련 법제도 개선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수신료 언급도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수신료 같은 직접적 지원보다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박 사장은 당시 발제 이후 많은 질문을 받았다며, 그 중 첫 번째가 ‘MBC는 정말 공영방송인가?’라는 물음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 사장은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인데...”라는 MBC 드라마 ‘대장금’ 속 대사를 인용하며 “‘어린 장금이’의 당혹감을 제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MBC 구성원들은 당연히 MBC를 공영방송으로 생각해왔고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수십년을 싸워왔으며, 오로지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하며 일해왔다. 그런데 MBC가 왜 공영방송이냐고 물으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MBC는 공영방송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공영방송이며, 공적 구조를 갖고 공적 의무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영방송의 철학을 △국민이 주인 △포용적이고 도덕적인 건강한 공론장 △겸허한 저널리즘과 확고한 뉴스 철학 △보편성과 지역성의 조화로운 발전 △디지털 공유지로의 진화 발전 등 5가지 설명한 뒤 “이 같은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적 독립과 언론의 자유 침해가 반복되지 않아야 하고, 이를 위해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등에서 시청자와 시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며 “동시에 MBC 역시 뼈를 깎는 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이 정치적 독립을 위해 싸우고 이른바 ‘정상화’ 과정을 밟아 나가는 사이 미디어 환경은 급변했고,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에 의해 국내 미디어 업계는 거의 잠식되다시피 했다. 박 사장은 “특히 지상파는 총체적 난국 상황”이라며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21대 국회에서 공영방송 개혁 문제가 투명하게 논의돼야 하며, 범사회적 논의 기구인 (가칭)미디어혁신위원회 설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 사장은 ‘규제 무풍지대’에 있는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거듭 주문했다. 그는 “글로벌 사업자들이 어떤 규제도 받지 않으면서 콘텐츠와 광고에서 수조원의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고용 창출도 하지 않는다. 넷플릭스와 구글 두 회사를 합쳐서 한국 지사 인력이 500명이 안 된다”고 꼬집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넷플릭스에서 제작해 화제가 된 드라마 ‘인간수업’이 청소년 마약, 성매매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도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받은 것을 언급하며 “그런 드라마가 MBC나 KBS에서 방송될 수 있었겠나. 연말 재허가에 걸려 문 닫아야 할 것”이라며 “(규제를) 똑같이 해달라는 게 아니라 불공정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해 달라는 거다. 건전하고 공정한 미디어환경을 만들기 위한 논의와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며칠 전 돌아가신, 존경하는 고 김세은 교수님 영정 앞에서 약속드렸다. 반드시 공영방송 MBC를 재건하고 국민 사랑을 되찾아 교수님을 흐뭇하게 해드리겠다고 했다. 겸손한 자신감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소통하고 노력하겠다. 미디어 산업과 진흥을 넘어 공공성을 재건하고 지속 가능한 공영방송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