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차별을 더한 독일 사회

[글로벌 리포트 | 독일]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언론학 박사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백인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과 그에 따른 흑인 시민의 희생은 독일에서도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연방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이것이 명백한 살인사건이라고 비판했고, 하이코 마스 연방외무장관은 미국에서 일어나는 시위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독일 정치인들과 시민들의 이 활동은 몇몇 우리나라 언론에 소개가 되면서 ‘인종차별에 단호한 독일’의 이미지를 전달해줬다. 이런 이미지는 최근 독일에서 발생한 사건들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된다.


프랑스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던 3월 독일정부는 국경 간 이동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질병관리본부 격인 로버트코흐 연구소가 프랑스 동부지역을 코로나19 위험지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이 지역에 인접한 자를란트 주는 두 지역을 연결하는 교량과 도로를 통제했다. 통행검사 때문에 두 국가를 연결하는 주요도로가 상습 정체구간이 되자 국경을 넘어 통근하던 프랑스 노동자들은 우회도로를 이용하게 되었다. 문제는 혐오와 인종차별이었다. 이들은 독일인들로부터 ‘나병환자’ 취급을 당했다고 밝혔다. 독일인 몇몇은 운전 중인 프랑스인들을 향해 “코로나의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외쳤고 침을 뱉거나 달걀을 던지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이 보도된 후, 국경지역 도시 중 하나인 게르스하임의 시장과 자를란트 주 정치인, 연방외무장관 등이 나서 유감을 표하고 인터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과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더 최근의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 주말의 보도에 따르면 6월 초 전국적인 드럭스토어 체인 로스만(Rossmann)의 베를린 지점 중 한 곳에서 계산원이 손님을 경찰에 신고했다. 어떤 여성이 다른 사람의 카드를 사용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계산원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카드에 적힌 이름이 독일인의 성인데 비해 카드를 낸 사람은 흑인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출동한 후 카드의 주인이 그 여성 본인인 것으로 밝혀졌고 그 여성은 인종차별적인 행위를 당했다고 경찰관에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 발생 후 하루가 지나 베를린 경찰 측에선 인종차별과 모욕행위를 들어 그 계산원을 형사고발했고, 당시 출동한 경찰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상기한 사건들을 보면 독일사회가 인종차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독일사회가 ‘인정’하는 인종차별과는 다른 또 다른 ‘차별’이 존재한다는 데 있다. 바로 동양인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와 인종차별이다.


코로나19는 동양인들이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인종차별을 겪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독일 언론에서 다룬 것만 하더라도 동양인이 탑승하고 있는 대중교통수단 이용회피, 동양인에 대한 노골적인 불쾌감 표현, 상점이나 병원에서의 출입거부, 욕설과 폭행 등이 있었다. 동양인 여성에게 가해지는 캣콜링은 이제 너무 많이 들어 지겨울 지경이다. 하지만 아시아계 집단을 제외하고 독일 정치인들이나 시민사회계에선 동양인에게 가해지는 인종차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 오히려 공영방송에서조차 흑인, 아프리카 및 중동출신의 사람들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 동양인 관련 내용이 나오면 출연자가 “칭!챙!총!”을 외치며 눈을 가로로 잡아 늘리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된다. 이와 관련하여 불편함을 전달해도 그 표현들에 대해 누구도 사과하거나 책임을 지지 않는다.


프랑스인과 흑인, 동양인이 인종차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각각에 대한 독일 사회의 대응 방식은 사뭇 달랐다. 코로나19의 확산 초기엔 온라인에서 #IAmNotAVirus를 공유하며 동양인들이 겪는 인종차별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는 가상공간의 일이었을 뿐 현실세계까지 힘이 미치지는 못했다. 멀리 미국에서 행해진 차별행위에 대해선 규탄하면서도, 가까운 현실에 만연한 동양인에 대한 차별문제에는 눈을 감는다.


모든 독일사회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역시 인종차별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독일사회의 단면이자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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