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 시위' 취재한 특파원들 "시위대? 경찰이 더 위험"

취재진 옆에 수평 각도로 최루탄 떨어져… "평화 행진 시위대에도 발사"
최근 촛불집회처럼 축제 분위기로 변해… "관련법 제정 논의 진행될 것"

백인 경찰이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씨를 숨지게 한 사건 이후 미국 전역에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시위대들은 플로이드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 개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심판을 요구하고 있다. 사건 발생지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작한 시위가 수도인 워싱턴DC로 번지며 한국 특파원들도 관련 소식을 중점적으로 전하고 있다.


황준범 한겨레신문 워싱턴 특파원은 “플로이드씨가 사망하는 장면이 전체 영상으로 소셜미디어 등에 공개되며 사람들이 더욱 분노를 참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시위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2020년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고 하더라”며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는 가운데 흑인들의 사망률과 실직률이 백인보다 높으니 분노가 더욱 터져 나왔던 것 같다. 그동안 사회의 비주류로 고통을 겪어 왔는데 이번 사건으로 절망을 느끼고 변화를 위해 시위에 참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지난 1일(현지시간)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 참석자들이 손을 뒤로 하고 땅에 엎드려 플로이드 사망 당시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사태 초반엔 밤 시간 시위가 격렬해지며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고 한때 주 방위군이 배치되는 등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박성호 MBC 워싱턴 특파원은 “뿌리 깊은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집회이고 더군다나 미국이라 전혀 위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시위 초반인 지난달 31일 밤, 백악관 뒤뜰로 불리는 라파예트공원에 취재를 나갔다”며 “시위 맨 앞줄 쪽에서 중국 여성을 취재하고 있는데 우리 옆으로 최루탄이 떨어지더라. 쏘는 각도도 거의 수평이라 위험했고, 방송엔 나가지 않았지만 취재 마치고 도심을 지나는 중에도 경찰이 평화롭게 행진하는 시위대에 최루탄을 직사하는 걸 목격했다”고 말했다.


박 특파원은 “시위 초반 일부 시민들의 방화와 약탈 등으로 시위대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제가 본 바론 도심에서 약탈했던 사람들은 시위에 전혀 참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며 “시위와 약탈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었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평화롭게 구호를 외쳤고 일부 젊은 친구들이 밤에 흥분된 분위기에서 불을 지르고 욕하며 불만을 표출했는데, 그런 것조차 최근엔 거의 없어지고 우리나라 촛불집회처럼 축제 같은 분위기로 변했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로 한인이 운영하는 상점 150여 곳이 약탈당하면서 한때 국내에선 1992년 LA 폭동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종합일간지 한 워싱턴 특파원은 “이번 약탈이 유독 아시안을 대상으로 했다, 또 경찰도 아시안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약탈을 손 놓고 있었다는 의문들이 있어 안 그래도 한인 상점을 운영했던 교민들을 취재해봤다”며 “그들 얘기론 둘 다 아니라고 하더라. 가장 피해가 컸던 필라델피아 같은 경우에도 한인 상점뿐만 아니라 워낙 방대하게 약탈이 일어난 데다 그런 상황이 곳곳에서 터져 경찰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최대 규모의 시위가 열린 이후 특파원들은 조만간 시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8일 플로이드씨의 영면을 기원하는 마지막 추도식이 그의 고향인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렸고 9일엔 장례식이 비공개로 진행되며 이제는 거리 시위를 넘어선 제도 개혁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지영 KBS 워싱턴 특파원은 “키워드로 본다면 첫째 분노, 둘째 항의와 약탈, 셋째 평화시위, 넷째 축제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섯째는 제도 개혁이다. 물론 산발적 시위는 사라지지 않겠지만 이제 공은 의회로 넘어가 법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