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보사태' 김영모가 돌아왔다

[제354회 이달의 기자상] 김효신 KBS광주 보도국 기자 / 기획보도 방송부문

김효신 KBS광주 기자. 한 중견 언론사 대표가 코스닥 등록사 STC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직후였다. 해당 다큐멘터리를 보고 한 회사의 임원이 취재진을 찾았다. 그는 자신이 몸담은 회사가 STC의 주가를 조작했다고 고백했다. 우리나라 주가조작 역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된 ‘루보사태’의 주범이자, 다단계 업체 JU그룹의 부회장인 ‘김·영·모’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취재를 하면 할수록 기가 막혔다. 김영모는 ‘루보사태’로 8년 형을 받고 지난 2015년 만기출소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여전히 ‘거물’로 대접받았다. 그는 액면가 500원 짜리 자신의 회사 주식을 JU다단계 회원들을 활용해 40배인 2만원에 팔아치웠다. 이 돈은 다시 ‘주가조작’에 투입됐다. 다단계 회원들은 이번엔 전국에서 주식을 사고 팔며 STC의 주가를 한달 만에 4배까지 끌어올린다. 김영모와 관련된 사람이라면 국내, 해외를 가리지 않고 가서 만났다. 이렇게 확인한 피해자가 전국에 2800여명, 피해액은 800억원이 넘었다.


김영모는 현재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투자금 10억원을 갚지 못해 1심에서 2년형을 받았고, 1년 뒤면 출소한다. 김영모의 구속영장을 보면 검찰이 ‘유사수신’과 ‘주가조작’ 혐의를 확인하고도 ‘사기’혐의로만 기소했기 때문이다. 우리 금융감독시스템은 전국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다단계 피라미드식’ 신종 주가조작을 걸러내지 못했다. 김영모의 사업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이제 우리는, 사법 당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