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이슈 인사이드 | 뉴미디어] 김연지 CBS 산업부 기자

김연지 CBS 산업부 기자. 2010년 언론고시를 한창 볼 당시, 단골 논술 주제는 ‘뉴미디어 시대 언론의 역할과 과제’였다. 2020년, 기자가 하는 일은 10년 전 수습 티 풀풀 나던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뉴스 소비 형태는 지난 10년간 무섭게 변했다. 신문과 TV 대신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서 궁금한 뉴스를 검색, 골라서 본다. 언론사는 치열한 데스크 회의 끝에 아이템과 순서를 정한다지만 이는 ‘기자 생각에 중요한 뉴스’ 서열을 매긴 것일 뿐이다.


필자 개인 유튜브에 “한국 언론의 문제가 무엇일까?”라는 영상을 올려 구독자 의견을 구했다.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문제는 크게 세 가지였다.


우선, 정치 기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정치가 정책과 실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건 맞지만 현재 뉴스들은 정책 대신 정쟁에 주로 치우쳐 있고, ‘비방과 옹호’ 양비론만 있을 뿐, 정작 “정보는 부실하다”고 꼬집었다.


다양성도 너무나 부족했다. 포털 뉴스판이 온통 조국판이 됐을 당시, 미·중 무역분쟁도 한창이었고, 홍콩 사태도 심각했다.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고, 한반도 밖 사안이지만 우리나라엔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국제 관계를 쉽게 풀어주는 뉴스는 유튜브에서나 볼 수 있었다.


언론사 뉴스를 가짜 뉴스로 여기기도 했다. 결국엔 언론사도 광고로 운영되는데, ‘정부나 기업의 하청이지 않냐’는 것. 유튜버는 권력이나 자본과는 무관하니 더 믿을 수 있다고 했다.


유튜브를 직접 해보면서 느끼는 건, 언론사도 유튜브에 밀리고 있지만, 유튜버도 기자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룸은 경계가 없는 세상에 ‘출입처’를 만들고, 기자는 수많은 출입처를 1~3년 단위로 옮겨 다닌다. 긴 호흡이 필요한 기사도 당장 지면을 채우려면 일단 마감해야 한다. 큰 사건이 터지면 하던 걸 멈추고, 해당팀에 투입된다. 담당 분야를 알아갈 만하면 인사가 난다. 독자들은 기자에게 전문성을 요구하지만, 현재 시스템은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인기 유튜버 중에는 소위 ‘덕후’들이 많다. 고작 한 출입처에 1~2년 있고, 마감에 늘 쫓기는 기자의 얕은 지식과 호흡은, 수년간 그저 좋아서 한 분야를 공들여 판, 열정 가득한 전문성을 결코 따라갈 수 없다.


언론사들이 저마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뉴미디어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언론사가 유튜브를 하면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Broadcasting Yourself.’ “당신을 방송하라”는 유튜브 슬로건이다. 2%만이 가지고 있던 미디어 권력은 98%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넘어가고 있다. 시간당 500분의 영상이 업로드되는 시대다. 언론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뉴스만 볼 필요가 없게 됐다는 것부터 주목해야 한다. 유튜브는 더 이상 ‘뉴미디어’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이들은 유튜브와 적어도 반평생을 함께 해오고 있다.


유튜브는 여러 가지 플랫폼 중의 하나일 뿐이다. 사람들이 유튜브에 몰린다면 왜 유튜브를 보는지, 어떻게 해야 우리 뉴스를 보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먼저다. 기존의 관습은 그대로 둔 채 유튜브 한답시고, 기자를 카메라 앞에 앉혀놓고 텍스트 기사를 읽게 할 거라면, 안 하느니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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