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에 ‘작지만 따뜻한’ 격려광고가 실리고 있다. 삼성을 비판하고 있는 대가로 광고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돕기 위해 시민단체와 독자들이 정성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삼성이 한겨레에 광고를 중단한지 석 달째가 되던 2008년 1월 말, 독자들의 지지광고가 매일 1~2개씩 한겨레에 실리기 시작했다. ‘비판적 언론을 시민의 힘으로 살려내자’ ‘언론의 양심은 돈으로 살 수 없다. 한겨레·경향은 진실의 힘을 보여주세요’ 같은 격려성 문구가 담긴 광고였다. 당시 기자협회보는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광고를 통한 언론 길들이기에 항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다”며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신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고 보도했다.
앞서 한겨레와 경향은 직전 해 11월부터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의 불법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언론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것이지만 그 뒤 삼성이 아무런 설명 없이 두 신문에 광고를 싣지 않자 ‘광고를 통한 언론 길들이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삼성이 당시 태안 기름유출에 대한 대국민 사과광고를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영자지에 게재하면서 광고주의 광고 집행 자유를 넘어선 행위라는 비판이 일었다. 한겨레 독자들은 삼성에게 사과를 받을 권리조차 박탈당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언론시민단체들은 의견광고를 게재하며 가장 먼저 ‘한겨레·경향 살리기 캠페인’에 나섰고 이후 독자 격려광고, 언론인들의 지지광고 등으로 캠페인이 확산됐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광고 탄압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일어났다. 권력에 순응하지 않는 신문을 광고로 길들이려는 기제는 굳건하게 작동했고, 언론사 내부에서도 소위 권력에 ‘밉보이는’ 보도를 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다만 언론사에선 광고 수입 다변화를 꾀하기 시작했고 일부 기자들도 기사 삭제 사실을 외부로 공개하는 등 권력의 횡포를 견제하기 위한 노력 역시 계속되고 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