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판부, 세월호는 되고 양승태는 안 되나

[스페셜리스트 | 법조] 백인성 머니투데이 기자

백인성 머니투데이 기자. ‘특별재판부’ 신설 얘기가 무성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치 등의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권부와 거래, 일선 재판에 개입했다는 ‘사법농단’ 기소사건을 담당할 특별재판부를 구성하자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부패사건 담당 재판부 상당수가 의혹에 연루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인 이상, 대상 사건 관련자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재판부가 재판을 하는 경우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을 보면 특별재판부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설치된다. 판사 여럿과 영장전담법관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9명의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판사회의·변협·대법원장이 각 3명씩 추천)가 국민의 의견을 들어 현직 법관 중 2배수를 추천하고 최종적으로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 임명된 현직 법관이 기존의 법원 아래서 재판을 하게 돼 위헌 소지는 없다.


물론 법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그러나 법원은 벌써부터 결사 반대다. 법원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2일 국회에 출석해 “특별재판부를 만들어 사건을 배당하는 것 자체가 헌법적 관점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법원은 사법부가 직접 관여된 사건에서 사법권의 독립을 우선해 내세울 수 없는 점에는 귀를 닫고 있다.


특히 법원은 특정 사건을 위해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건 전례가 없다고 주장한다. 맞다. 그러나 정작 법원도 특별재판부를 만들려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외면한다. 법원은 2014년 세월호 사건을 담당할 특별재판부 구성을 검토했다. 발견된 문건에는 ‘△사법부가 세월호 사건에 대해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대외적 홍보효과 극대화 가능 △경력있는 단독판사들을 배석판사로 구성함으로써 보다 신중하고 치밀한 심리 가능’이라는 장점이 적혔다. 당시 문건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얘기는 일언반구 없다.


특정 재판부를 배당에서 배제하고 나머지 재판부에 무작위 배당을 하게 되면 불공정 재판 소지가 없을 거란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일 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배당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형사합의재판부를 3개 증설했다. 늘어난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된다면 이 역시 무작위 배당성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묵묵부답이다. 늘어난 재판부의 판사 9명을 어떤 기준으로 선발한 것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안 처장은 “특별재판부가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법원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맞다. 사법부의 신뢰 훼손을 자초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사법부다. 대법원 스스로 세 차례 자체 조사를 했지만 재판개입 문건을 빤히 보면서도 누구도 이건 잘못됐다고 나서지 않았다. 대법원장의 ‘수사협조’ 약속에도 불구하고 일선 법원의 사법농단 관련 압수수색 영장 기각율은 90%에 이르렀다. 법원이 신경써야 할 건 ‘특별재판부를 어떻게 막을지’가 아니다. 사법농단으로 추락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다. 탄핵이든 뭐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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