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전 한국경제 기자는 ‘프로’다. 20대 때는 글 쓰는 재주로 프로였다면, 이제는 공치는 실력으로 프로다. 지난 2000년 5년 만에 기자직을 던지고 나와 사업의 험로를 걷고 마흔 넷의 늦깎이 나이에 프로 골퍼가 되기까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스린 덕분이다. “글쓰기와 골프 둘 다 잘하고 싶지만, 승패가 있는 골프가 더 재미있죠.” 지난 4일 서울 강남의 모 음식점에서 만난 김 프로는 “아마추어에서 벗어나 그동안 올려다보기만 한 프로가 경쟁상대가 돼서 정말 더 잘치고 싶다. 할수록 오기가 생긴다”며 식지 않은 열정을 드러냈다.
골프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건 서른다섯이 되는 해였다. 언론사에서 나와 사업에 몸담으면서 마음고생을 하던 중 몸을 힘들게 하면 잠이라도 올까 싶어 독학으로 시작한 골프였다. 매일 재미를 붙이다보니, 마음이 훌훌 가벼워지고 몸의 변화도 느껴졌다. “학창시절에 운동을 너무 못해서 체육 점수가 ‘미’였어요. 100미터를 16초대에도 못 뛰었죠. 신문사 입사했을 때도 몸무게가 62킬로그램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지금은 몸무게 80킬로그램에, 근육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니 겉모습도 완전히 달라진 거죠. 누구든지 목숨 걸고 하면 프로의 커트라인은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 프로는 “어떤 경지에 이르는 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고통스러워서 그렇지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프로 골퍼가 된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마흔 셋이 되는 해에 프로가 되기 위해 1년 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매일 죽어라 연습했다. 당시 프로 시험을 보러 오는 이들 평균 나이가 열 일곱인 만큼 기량이 달린 나는 그들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원래 체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 연습을 많이 하니까 밤에 눈물이 주룩 날 정도로 몸이 아프더라. 두 번 떨어지고 나니 오기가 생겨서 쉼 없이 연습했고 세 번째에 붙었다”고 했다.
“누가 재능을 보이면 보통 사람들은 ‘머리가 좋아서 그래’ ‘부모를 잘 만나서 그래’ ‘선천적으로 조건이 타고나서 그래’ 등의 말로 표현하거든요.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아요. 타이거우즈가 골프를 제일 잘 치는 이유는 그가 제일 연습을 열심히 했기 때문이에요. 유명한 가수가 한번 공연하는데 많은 돈을 받는 것도, 그 공연을 위해 몇 달, 몇 년간 목소리를 훈련하고 다듬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프로 일 외에도 골프를 배우길 원하는 선수들을 훈련하는 데 에너지를 쏟고 있다. “한번 기회가 되면 골프를 배워보자는 자세가 아니라, 정말 꼭 잘치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제자, 이기고 싶어서 잠이 안 올 정도로 열정이 있는 제자를 가르칠 때 보람을 느낀다”는 그다. 그는 “제자가 가난해서 연습 라운드를 못나가는 상황에 놓여있으면, 열정이 간절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제자에 대해서는 제 돈 들여서라도 아낌없이 가르치자는 마음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한국프로골프협회의 경기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 프로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아직 많다. 그는 “프로가 된지 3년차고, 경기위원으로서도 초보기 때문에 더 열심히 경험 쌓고 배워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선수들에 비해서 40대 후반이다 보니 기량이 떨어지지 않겠나. 남들보다 더 열심히 연습해서 50세 이상 시니어투어 대회에 나가서 우승 한번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한때 기자였던 그로선 글재주를 썩히기도 아깝다. 기자 일을 관둔 후에도 20년간 골프 관련 칼럼을 기고하며 글을 쓰고 있는 이유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적은 없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잠시 머뭇했다. “전 기자도 맞는 직업이에요.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60살이면 뭐하고 있을지 모르잖아요. 골프 프로라는 건 변하지 않겠지만 기자는 멋진 직업이기 때문에, 신문사의 시스템이 바뀌면 나이 들어서 또 기자하고 있을지 모르죠.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아요. 하하.”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