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이었다. 창원 방향 진입 차량과 요금소로 진입하는 차들이 교차하는 금정나들목, 80m 안에 2개 차로를 가로질러야 하는 기장분기점, 시속 100㎞ 속도에서 ‘X자’로 엇갈리는 대감분기점. 차가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도로는 소위 ‘합리성’이라는 우선순위에 밀려 위험을 내포한 채 개통했다.
도로 안전은 정치인의 탐욕에도 밀렸다. 부산 지역 한 국회의원은 주민 편의를 위한다며 김해금관가야휴게소의 설계를 바꿨다. 한참 공사가 진행되고 있던 휴게소에는 4곳에서 진·출입한 차량이 뒤섞여 교차하는 회전교차로가 생겼다. 사고의 위험이 커졌지만, 국회의원은 SNS에 ‘자신이 힘을 써서 나들목 기능을 추가했다’고 자랑했다.
분노했다. 개통한 고속도로를 쉴새 없이 오갔다. 안전을 위협할 만한 요소를 찾아내고, 지면을 통해 알려 나갔다. 경찰과 부산시, 국회가 나섰다. 안전장치들이 마련됐다.
그 무엇도 안전보다 우선일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을 세월호와 제천과 밀양의 화재 참사에서 확인했다. 그러나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가 그 위험성을 알면서도 예산 46억 원을 아끼기 위해 설계를 바꾼 것을 최근 입수한 자료로 확인했다. 세월호 참사 후 4년이 다 돼 가지만 어느 것 하나 변한 게 없다.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