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당한 검사가 있다.’
처음엔 흔히 떠도는 소문이었습니다. 얼마 후 검찰 내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때 그 검사였습니다. 검사에게 연락을 하자, 직접 출연하겠노라고 말했습니다. 풍문처럼 떠돌던 이야기는, 서지현 검사가 나서겠다고 결심한 순간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이 보도는 서지현 검사의 의지로 시작되고 완성된 것임은 분명합니다. 서 검사의 용기있는 고백이후 꾸린 ‘미투팀’ 기자들은 2차,3차 가해자들을 찾고, 시스템을 고발하는 연속보도로 그 용기에 보답하려 했습니다.
이 보도는 법조계에만 그칠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한국판 ‘미투’ 운동이라고도 불리긴 했지만, 이전부터 외치던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투 팀을 이끈 팀장과, 같이 분노하고 공감하며 취재한 팀원들, 이 보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힘을 실어준 데스크들의 지지가 힘이 됐습니다.
“괜히 제가 투사가 됐겠어요” 취재 과정에서 임은정 검사가 저에게 한 말입니다. 늘 당당한 모습이었던 임 검사조차 성폭력의 피해자였다는 것, 그렇게 ‘투사’가 된 피해자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미투’는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운동이 아님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에 언론마저 무감각해져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보도는 누가 그 불씨를 피우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불씨를 어떻게 꺼지지 않게 하느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