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가 마비돼 걸을 수가 없어서 10여 년을 누워 지내다 스스로 두 발로 걸은 스무 살 서수경(가명)씨의 사연은 한편의 드라마이기도 하고 기적이기도 했습니다. 뇌성마비라는 잘못된 진단을 받을 당시 의학기술로는 ‘도파반응성 근육긴장 이상’(세가와병)이라는 병증을 쉽사리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기구하기만 한 수경씨의 처지가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이 사연을 보도한 뒤 수경씨와 같이 뇌성마비 진단을 받고 고통 속에 지내다 세가와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도파민 복용 두 시간 만에 우뚝 선 박예빈(33·여·가명)씨 가족도 제2, 3의 기적의 주인공이 나타나길 바라는 심정으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수경씨와 예빈씨의 사연은 세가와병이 의심되는 뇌성마비 환자나 가족에게 한줄기 희망이 됐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1일 자 첫 보도가 나간 이후 전화와 이메일을 통한 환자와 가족의 문의가 빗발쳤고, 지금도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장도 전화인터뷰를 통해 "환자나 가족들이 뇌성마비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려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이라는 영광은 용기를 내어 취재에 응해준 서수경씨와 박예빈씨에게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이 땅의 고통받는 누군가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자라는 직분으로 현장을 누비는 동안 이런 해피 바이러스를 세상에 계속 전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