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에 ‘가위박물관’이라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취재를 시작한 것도 이런 의문 때문이었다. 진안군은 가위수집가로 알려진 이모 씨의 가위 113점을 4억4천만 원에 구입했다. 감정기관의 감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가위도 팔고 박물관 운영권도 챙겼다. 냄새가 났지만 절차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취재를 접어야 할까 망설이던 순간 ‘빙고’. 수십년간 해외를 돌며 모았다던 진귀한 가위들이 사실은 인터넷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판매됐을 줄이야.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매달린 구글링의 성과였다. 더 단단한 팩트가 필요했다. 영국의 판매자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고객 정보라며 입을 열지 않았다. 간곡한 설득 끝에 ‘가위박물관을 만든다는 한국인 남자’에게 가위를 팔았다는 답을 얻었다. 가윗값도 턱없이 부풀렸다. 인터넷 쇼핑으로 수십, 수백만 원에 산 가위를 진안군에는 수백, 수천만원에 팔았다. 확실한 물증을 손에 쥐고 전방위적인 취재를 시작했다. 감정평가도 엉터리였다.
두 개의 감정기관이 내놓은 가위 113점의 감정가가 10원 한 장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속속 드러나자 성난 군민들은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진안군은 뒤늦게 박물관 운영권을 박탈했다. 진안군수는 친분이 있던 이씨의 말만 듣고 수십억 예산을 들여 가위박물관을 지었다. 물론 타당성 조사도 했다. 하지만 ‘타당성 조사 보고서’는 진짜 ‘타당성’을 따지지 않는다. 허망한 숫자놀음으로 장단을 맞춘다. 결국 운영비조차 댈 수 없어 결국 세금을 쏟아 붓는다. 이런 악순환이 무한 반복된다.
이런 곳이 진안 가위박물관뿐일까. 이번 기사는 전주방송 심층취재팀의 첫 작품이다. 가뜩이나 일머리 부족한 나를 채근하지 않고 지켜봐 주신 국장님, 묵묵히 데일리 아이템을 채워준 JTV 보도국 식구들 덕분에 시간을 갖고 꼼꼼히 취재할 수 있었다. 이 상의 진짜 주인은 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