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디지털 뉴스 이용률 JTBC에 뒤져

언론재단-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7'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영국 옥스퍼드 대학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와 공동 작업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7’는 우리나라 공영방송사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보여줘야 할 역할과 관련해 여러 시사점을 남겼다. 온라인상에서 뉴스 이용의 중심축이 되지 못했고, 정파성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 등이 주요하다.


우선 KBS와 MBC 등 우리나라 공영방송사들은 디지털 환경 내 ‘브랜드’ 면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번 조사결과 뉴스 브랜드 디지털 이용률 측면에서, 1,2위를 차지한 양대 포털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순위는 JTBC(33%)에게 돌아갔다. KBS는 19%, MBC는 13%로 순위권에 오른 16개 매체 중 각각 5위와 8위를 차지했다. 두 공영방송사의 이용률을 단순 합산해도 JTBC에 미치지 못했다. 포털 네이버는 64%, 카카오는 36%를 기록해 포털에 편중된 국내 미디어 환경의 단면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공영방송사들의 이 같은 부진은 영국 공영방송 BBC와 대조된다. BBC는 디지털에서 47%의 이용률을 보여 영국 내 디지털 뉴스 이용의 중심축으로 기능하고 있는 반면 국내 공영방송사들은 그렇지 못하고 있어서다. 직접 기사를 생산하지 않는 IT기업 ‘포털’이 디지털 뉴스 이용 중심축으로 역할하는 국내 특수성을 감안해도 ‘국가기간방송사’ KBS가 간신히 5위에 이름을 올린 데는 분명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보고서는 현재 방송 브랜드별 이용자의 정치 성향에 주목했다. 여기엔 “한국의 방송 브랜드는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미국처럼 이용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분화”돼 있다는 점이 전제된다. 즉 공영방송 KBS와 MBC는 중도·보수 성향의 이용자가 찾는다면, 종편채널 JTBC는 중도·진보 성향의 이용자가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언론사가 논조를 갖는 것이 문제는 아니지만 그 뉴스의 결과로 특정 정치성향의 이용자들만이 몰린다면, 또 그 언론사가 공영방송사라면 이는 문제가 있다. 이번 조사는 이와 관련해 영국 BBC를 거론 “이용자들의 정치성향도 진보·중도·보수 전체를 아우르고 있었다”며 “이용자층이 진보나 보수 편향을 보인 것은 메일, 가디언, 인디펜던트 같은 신문 브랜드였다”고 설명했다.


달리 말하면 이는 공영방송사가 진보 성향의 이용자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연구는 진보층이 보수층에 비해 주요 뉴스 소스로서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는 결과를 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진보(52%)는 보수(39%)에 비해 13%포인트 더 많이 주요 뉴스 소스로 디지털 미디어를 꼽아, 36개국 전체의 4%포인트보다 격차가 월등히 컸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이용으로 가면 국내 진보·보수 간 이 격차는 2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보고서는 “공영방송 뉴스에는 공정성이나 불편부당성과 같은 저널리즘 원칙이 강조되었다. 디지털 환경에서도 한국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디지털에서 뉴스 이용의 중심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과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용자가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등이 그 내용이다. 보고서는 “공영방송은 IT기업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 중 하나로 남을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중심축을 구축하기 위해 디지털 혁신을 감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용자의 정치 이념적 편향을 극복하고 진보·중도·보수 전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언론 전반이 처한 고민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여러 구체적인 지표들도 담았다. 먼저 우리나라는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조사대상 36개국 중 최하위(46%)였고, 검색서비스, 포털과 같은 뉴스수집서비스, 소셜미디어 등 그외 경로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은 70%로 상위권(4위)에 속했다. 보고서는 “(언론사 자체 홈페이지 이용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76%)와 핀란드(74%)였는데, 이들 나라는 뉴스 신뢰도도 높은 나라”라고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조사에서 대상국가 중 뉴스 신뢰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2002명)를 포함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36개국 7만180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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