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총 인구 300만명 중 1%, 3만명이 한국에서 산다. 고등학생 10명 중 8명이 대학을 가는 높은 교육열 속에 유학을 택하는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도 한국이다.
몽고반점을 함께 지닌 두 나라 사람들은 문지방은 밟지 않으며, 모서리에는 앉지 않는 풍습만 같은 것이 아니었다. 90년대 감성이 물씬한 드라마 <첫사랑>의 아련함, ‘원조 막장’ <아내의 유혹>의 상징인 ‘민소희의 점’도 공유한다. 지상파 방송을 프라임 시간대에 틀면 언제나 한국 배우들이 더빙한 목소리로 등장하는 덕이다. 돼지고기는 ‘깨끗하지 않은 음식’으로 여겨 먹지 않았던 몽골인들이 가족, 친구들과 야외에 나가면 삼겹살을 굽는다. 그동안 쓰지 않았던 가스레인지를 집집마다 들여 놓게 된 것도 드라마에서 자주 접한 장면들 때문이라고 하니 한국 드라마는 이미 그들의 일상이자 문화였다.
얼마 전 수도 울란바토르 번화가에 문을 연 이마트 점포에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몰려 계산하는 데만 30분 넘게 걸렸다. 동네 마트에도 샴푸나 기저귀, 주방·생활용품과 과자 매대에는 절반 가까이가 한국산 제품으로 가득 차 있다.
‘솔롱고스(СОЛОНГОС)’. 몽골에서 한국을 ‘무지개가 뜨는 나라’라고 부르게 된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이들이 품은 희망과 꿈이 실현된 나라가 한국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몽골에는 한국인들이 그리워하는 무지개가 남아 있다. 울란바토르에서 차를 타고 외곽으로 향하면 1시간도 안돼 만날 수 있는 광활한 자연. 소설가 이시백이 저서 <당신에게, 몽골>을 통해 이 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39가지나 써내려 간 심정을 느끼게 한다. 아직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말을 타고 초원을 거닐며, 시야가 뻗을 수 있는 만큼 저 멀리를 바라보면 쪽빛 하늘이 초원의 녹색과 맞닿아 있다. 뜨끈하게 불을 지핀 몽골의 전통가옥 게르에 앉아 나누는 이야기는 낭만 자체다. 해가 저물고 달이 뜨기 전까지 게르 위에 쏟아질 듯 뿌려져 있는 은하수, 정확한 위치에 박아놓은 북두칠성과 북극성은 눈에만 담을 수 있는 까만 밤의 추억이다.
몽골기자협회 초청으로 지난달 20일 늦은 밤 몽골에 도착한 한국기자협회 대표단은 일주일간 몽골기자협회 사람들과 별, 바람, 초원을 가슴에 담아왔다.
게르 지붕 위 달려 있는 위성과 초원에서도 곧잘 ‘터지던’ 스마트폰을 보며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호기심 많고, 다혈질이라는 몽골인들의 성격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속도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곳 기자들도 한국 기자들과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산다. 5~6년 전만 해도 신문에서 대부분의 정보를 얻었던 몽골 사람들도 더 이상 신문을 보지 않는다. 공무원과 4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만 기존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할 뿐이다. 페이스북을 포털 사이트이자 메신저로 사용하는 몽골의 젊은 세대에겐 소셜미디어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일간지가 15곳, 지상파가 16곳이나 되는 몽골은 온라인 기반의 1인 미디어도 급증하면서 언론사 수는 400~500개에 달한다. 광고 의존도가 큰 민간 언론들은 점점 녹록지 않은 상황에 통폐합 필요성도 거론된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몽골 역시 온라인 언로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칭기즈칸이 말을 타고 유럽까지 진출했던 것처럼 강한 인터넷망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의 거점이 될 꿈을 꾸고 있는 것. 그들의 또 다른 무지개가 뜨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