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비정상적 권력 암투·인사 난맥상 공론화

제292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대한항공 땅콩회항' 광범위한 사회적 담론 촉발 '호평'

제292회 이달의 기자상은 정치적·사회적으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 후보작들이 다수 올라왔다.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세계일보와 한겨레가 각각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보도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파행’보도를 출품했고, 이른바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서도 한겨레와 세계일보가 1차 선행보도를, KBS가 ‘박창진 사무장 단독 인터뷰’를 출품해 한 사건을 두고 여러 개의 기자상을 복수 수여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 심사위원들간에 토론이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보도 활성화로 선행보도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어떤 후속 보도가 사안의 질적 변화를 가져오고 사회적 파장을 확대했는지에도 비중을 두어 평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취재보도부문 세계일보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은 세계일보가 청와대 문건 확보 후 첫 보도까지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추가 취재 및 사실 확인이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펜타곤 페이퍼’보도에서 보듯이 정부·공공기관이 작성한 문건은 그 자체로 사실로 믿고 보도할 수 있다는 점, 세계일보가 해당 문건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문건이 맞는지에 대해 확인 노력을 했다는 점, 문건 자체로 청와대 내부의 비정상적 권력 암투 행태가 공론화 됐다는 점에서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고 봤다. 특히 세계일보가 각종 외압과 보복조치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보도했다는 점, 정권 내부의 암투와 인사 난맥상을 드러낸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 등이 높이 평가받았다.


한겨레 ‘문화체육관광부 인사개입’보도는 세계일보 보도로 촉발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확실한 팩트로 뒷받침함으로써 후속 보도의 정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 정권의 인사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과 난맥상을 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세계일보 보도 이상의 의미와 파급력을 발휘했다.


‘대한항공 땅콩회항’사건 보도는 한겨레와 세계일보가 동시에 일보를 타전했으나 온라인상 보도는 한겨레가 빨랐던 점, 기사의 가치 판단면에서 한겨레가 사안을 보다 정확하고 비중있게 봤다는 점을 감안했다. KBS ‘박창진 사무장 단독 인터뷰’는 후속 보도였지만 대한항공 측의 조직적 은폐 및 회유·증거인멸, 국토교통부 조사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드러내 광범위한 사회적 담론을 촉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 부문 전자신문의 ‘국가기밀 원전 설계도 털렸다’는 남다른 기사 발굴노력과 전문성이 돋보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한국일보 ‘기부금 제대로 쓰이나’는 그 동안 우리 사회가 기부금 모금에만 집중했을 뿐 정작 모인 기부금이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사후 검증이 부실했는데 외국 단체들과의 수평비교를 통해서 치밀하고 심도 있게 검증한 점이 돋보였다.


지역취재보도 부문 부산일보 ‘뇌물 누명 ‘대쪽 해경’의 억울한 파면’은 수개월간 지속적인 취재와 보도를 통해 한 개인의 억울함을 벗겨줬다는 점에서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보도였다는 점이,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KBS춘천의 ‘기적 그 후 40년, 위기의 숲’은 최근 산림녹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퇴조한 가운데 무분별한 숲 훼손 사례를 지적한 점이 재평가 됐다.


전문·사진보도 부문 한겨레신문의 ‘250개의 책상이 주인을 잃었습니다. 슬픈 2014’는 유족들을 설득해 주인 잃은 빈 책상 250개를 일일이 찍는 노력과 수고가 돋보였고 세월호 참사의 슬픔과 아픔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침묵의 전언이 컸던 작품이었다. 전문보도 온라인부문 경향신문 ‘원전회의록-그림으로 읽는 32가지 원전이야기’는 방대하면서도 전문적인 원전 관련 지식을 누구나 알아듣기 쉬운 만화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참신성이 돋보였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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