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연예인 구속 검사, 성형 의사에 수술비 반환 압력 의혹

제281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국민일보 지호일 기자


   
 
  ▲ 국민일보 지호일 기자  
 
여성 연예인과 그를 구속했던 현직 검사, 이들 중간에 낀 의사, 그리고 프로포폴.
일명 ‘해결사 검사’ 사건은 세간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소재들이 여럿 섞여 있다. 처음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우리 팀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소 들떠 있었다. 검찰 인사 등으로 새로운 사건 수사 진행이 없어 법조팀으로서는 ‘기사 비수기’를 걱정할 때였다. 우리는 의욕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런데 이번 기사처럼 출고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연속 보도가 나가는 와중에도 고민을 계속했던 기사는 드물었던 것 같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달 초 법조팀 막내기자가 어디선가 ‘정보’를 물고 오면서 취재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에이미’와 ‘검사’, ‘감찰 중인 것 같다’ 정도의 단편적 수준이었다. ‘에이미 사건은 꽤 오래전 일인데, 왜 지금 문제가 되지?’ ‘검사는 왜 문제가 된 거지?’

과거 기사와 전국 검사 배치표 등을 찾아 해당 검사의 실명과 그가 현재도 춘천지검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 내의 여러 관계자들을 상대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에이미도 여러 차례 만났고, 성형외과 원장과 전직 병원 직원 등도 접촉했다.

팩트의 조각들을 엮어 대략적인 윤곽이 나오자 우리는 해당 검사와 직접 통화를 시도했다. 검사는 예상외의 반응을 보였다. 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소송을 운운하며 위압적인 태도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차분하게 그간의 사정을 얘기했다. 그리고 “내가 정말 잘못했다. 다만 감찰 결과가 나온 뒤에 보도를 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다.

인간적으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미를 돕고 싶었다”는 검사의 해명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다(물론 검사가 사실을 감추려한 부분도 있었다).

우리는 출고를 앞두고 한동안 고민했다. 그러나 결국 기사를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그가 ‘검사’이기 때문이었다. 수사·기소권을 독점하는 검사가 사적인 일처리를 위해 권한을 남용한 일은 중대한 사안이라는 게 우리가 내린 결론이었다.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성추문 검사’ ‘뇌물 검사’ ‘브로커 검사’ 등의 검찰 추문은 모두 막강한 검찰권이 부른 일이었고, 이 사건 역시 본질적으로 같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13일 첫 보도가 나간 이후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인터넷상에서 온갖 기사들이 생산됐고, 거기에는 엄청난 댓글들이 달렸다. 여기서 우리는 또 고민했다. 여성 연예인과 검사의 관계가 아니라 검사와 의사간에 있었던 일, 검사의 불법 행위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려 했지만, 인터넷에서는 이미 선정적인 얘기들로 가득했다. 사건의 핵심이라 여겼던 일들은 뒤로 밀려나고, 자극적인 소재들만 부각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우리 역시 취재한 내용을 모두 내놓고 ‘이런 것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유혹도 생겼다. 그러나 법조팀 기자로서 최소한의 ‘기사 품격’은 유지하면서 가자고 서로 얘기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 비리 방지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 주길 기대한다.

끝으로 이 기사들이 출고되는 데 아낌없는 조언과 지원을 해 준 전석운 사회부장과 법조팀이 신뢰하고 의지하는 남도영 팀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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