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장에서 비판적 사고하기
[세계 과학언론인 총회 참관기] 김성한 KBS 과학·재난부 기자
KBS 김성한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7.03 15: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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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김성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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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핀란드 헬싱키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과학언론인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앳돼 보이는 젊은 기자에서 백발의 기자까지, 피부색의 차이도 관계없이 전 세계에서 달려온 과학언론인들은 하나 같이 가슴에 등록카드를 두르고, 헬싱키 대학의 강의실을 누비고 다녔다. “전환기의 과학과 언론-공론장에서 비판적 사고하기”라는 주제로 열린 8차 세계 과학언론인 총회에 참석한 언론인들은 77개국에서 온 800여 명이었다.
세계 과학언론인 총회는 2년에 한 차례 열리는 같은 직종 전문가 모임의 성격이 강하다. 국가는 다르지만 과학적 연구 성과물 발표 등의 이슈는 국경을 초월해 언론인으로서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언론인의 도덕 문제, 급변하는 과학과 언론 환경에 대해 최신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보도 기법을 공유하는 등의 적응 현안, 그리고 친목 도모는 총회의 기본 요건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총회 전체를 가로지르는 큰 이슈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총회에서는 과학언론인의 역할을 과학자와 대중의 사이의 전달자 혹은 매개인에 그치지 않고, 과학언론인이 과학자 사회와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고민하도록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과학과 보건의료, 기후변화, 에너지 이슈 등에서 정답은 아니지만 각자의 보도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한편으로 반성과 성찰을, 다른 한편으로는 지평을 넓히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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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세계과학기자 콘퍼런스가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전환기의 과학과 언론-공론장에서 비판적 사고하기’를 주제로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열렸다.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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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총회에 비해 운동과 춤 등의 친목 프로그램에 더 많은 신경을 쓴 인상이었지만, 발표 내용에 대한 공유 방식이 충분하지 않아 개별적으로 발표 자료를 얻어야 하는 불편이 있기도 했다.
이번 헬싱키 총회의 최대 성과라면 한국과학기자협회가 2015년 차기 9차 총회를 서울에서 유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조선일보 김철중 기자는 세계과학기자협회 회장으로, 한국과학기자협회 현임 회장인 서울신문 심재억 기자는 차기 총회 조직위원장으로 각각 선임됐다.
함께 유치를 신청했던 케냐 나이로비와 남아공 케이프타운을 누르고 서울이 결정된 것은 세계과학언론인연맹이 아시아의 확장 거점을 마련하려고 하는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껏 북미와 유럽 위주의 영어권 연맹체에서 조직의 확대를 위해서는 아시아로의 확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보도하는 국가나 매체는 다르지만 과학언론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번 총회에서 다시 확인했다. 차이점은 언론인으로서의 현안과 고민이 단지 하루 저녁 안주거리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누구나의 입을 거쳐 가며 더욱 단단하고 굳건해져 결국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이로운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냐의 차이점일 것이다. 따라서 2015년 세계 과학언론인 총회 유치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없는 것을 억지로 만들어 내는 작업이 아니라 있을 것들을 보기 쉽게 혹은 만지기 쉽게 공론의 장으로 올리는 작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