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즘 광풍 언제까지
[언론다시보기]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한국기자협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5.30 17: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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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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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아웅산 테러와 2010년 천안함 폭침을 우리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한 북한도 문제지만 이들의 주장을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은 더 큰 문제다.”-28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 제91차 라디오 인터넷 주례연설에서.
#“KAL기 폭파도 북 지령 따라 왜곡 그것이 주사파다.”-28일자 중앙일보 1면 톱기사에서 자생적 주사파 리더였다는 구해우씨의 주장.
#“김정일·김정은을 ‘×××’라고 할 수 있으면 종북세력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나는 최소한 김정일·김정은 체제를 추종하지 않습니다’라는 말 한 마디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가?”-26일 밤 KBS 1TV 생방송 심야토론 ‘종북세력 국회입성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의 발언 중.
#“‘이명박 ×××’ 해보라 그래서 안 한다고 다 이명박 패거리인 건 아니죠.” “‘이명박 ×××’라고 하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27일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unheim)를 통해 전 변호사의 발언을 반박하면서.
이른바 ‘종북세력’의 국회 입성 예정을 놓고 벌어진 논란 속에 나온 말, 말, 말이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 변호사의 “김정일·김정은 ×××” 발언. 그의 주장은 종북세력으로 의심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당선자의 경우 확실히 종북세력이 아니라는 커밍아웃을 하라는 거다. 그래야 국회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 변호사의 ‘×××’론은 그의 독창적 작품은 아니다. 보수언론이 지속적으로 내보내온 논조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즉 ‘종북세력이 대한민국 국회에 입성해선 안된다’는 거다. 지난 한 달 이들 언론들이 줄기차게 제기해온 담론이다.
통합진보당과 관련한 사태의 핵심은 뭔가. 이른바 반미자주파(NL)라는 당권파 후보들이 4·11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경선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거다. 그리고 당사자들(이석기, 김재연 후보 등)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부정행위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불행히도 평등파(PD)를 중심으로 한 비당권파가 주도하고 있는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결정한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권고를 당사자들이 거부하고 있고, 당 내부조차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물론 분당이 되든 극적인 타협을 이루든, 통진당 사태는 내부 진통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결말이 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 논조는 ‘종북세력’에 초첨이 맞춰 있다. 이른바 과거 종북파가 반공법을 위반해 복역한 전력이라든가, 나중에 자본주의자로 전향(?)해 ‘멋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든가, 현재의 종북세력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식이다. 그리고 종북세력을 국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투다.
①그런데 여기엔 상당한 착시현상이 내재돼 있음을 그들은 아는지? ②폐지돼야 할 악법이지만 반공법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왜 그처럼 위험한 종북세력의 ‘준동’을 방기했는지? ③종북세력이 최근 저지른 범법행위가 있다면 왜 사법처리를 하지 않았는지?
필자가 간단히 답을 내겠다. ①종북세력과 관련, 우린 분명히 착시를 느끼고 있다. 엄청난 세력인 것처럼. 최근 들어 일부 언론이 하도 떠드는 통에 더욱 더 그렇다. ②사법기관이 종북세력의 준동을 방기한 게 아니라 준동할 만한 활동을 포착하지 못했다. ③준동할 만한 활동을 포착하지 못했는데 어찌 사법처리를 하겠는가.
흥미로운 것은 종북세력에 대해 이처럼 관대했던 검찰이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관련, 수사를 천명한 것이다. 목적을 위해 비합법적 수단도 불사해온 NL파의 시대착오적 행태는 준엄하게 질타받아 마땅하나 그게 검찰의 수사 대상인지? 미우나 고우나 통진당은 4·11 총선에서 10.3%의 지지율을 얻어 의석 13석을 확보한 제3당이다. 국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수도 있다. 검찰 수사는 신중해야 할 거다.
갑자기 미국 상원의원을 지낸 조셉 매카시(1908~57)가 생각난다. 1950년 “국무부에서 일하는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명단이 있다”는 허언으로 적색분자 추방(red purge)에 앞장섰던 그는, 미국 사회 전역에 공산주의자 색출 파장을 일으킨 것도 잠시 자멸하고 만다.
지난 한 달여 우리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면서, 특히 이른바 보수언론의 논조를 보면서 그들이 제발 매카시 같은 바보짓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