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영성 수호는 전 국민의 문제다
[언론다시보기] 주정민 전남대 교수
주정민 전남대 교수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5.23 15: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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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정민 전남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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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의 파업이 제2노조에 이어 제1노조까지 가세하면서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KBS 노조의 파업 이유는 대통령 측근 인사가 사장으로 임명되어 KBS의 공영성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영방송인 KBS의 보도 공정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KBS의 파업은 매 정권 초기와 말기에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권 초기에서는 친정부 성향의 사장 임명이, 정권 말기에는 그런 사장으로 인한 공영성 훼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번 반복되는 이런 논란과 파업의 고리는 언젠가는 끊어야 할 우리 모두의 숙제다.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사장을 임명하고, 사장은 대부분 대통령 측근을 임명한다. 최근에는 주로 대통령 선거에서 언론특보와 같은 언론 관련 자문을 한, 이른바 캠프 인사들이 사장으로 임명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래서 사장이 될 만한 인사는 선거 때가 되면 유력 대통령 후보의 캠프에서 선거를 돕는 것이 하나의 과정이 되었다.
대통령의 측근이 KBS 사장이 됨으로써 사장의 조그만 잘못도 정권의 잘못으로 치환되어 정권 말기에 퇴진운동의 빌미를 주었다.
사장의 잘못은 곧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잘못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혹은 그 반대로 정권의 잘못이 사장의 잘못이 되기도 하였다.
대통령 측근을 사장으로 임명하지 않는 한 이러한 악순환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KBS 사장은 11명으로 구성된 KBS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리고 사장을 추천하는 KBS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여 대통령이 임명한다. 방송통신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래서 KBS 사장 임명의 과정과 구조를 보면 어떤 형태로든지 대통령의 영향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대통령이 측근인사를 KBS 사장으로 임명하는 구조라면 굳이 추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추천 절차는 요식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추천 절차의 정신을 살린다면 KBS 이사회에서 정부와 사전 교감없이 독립적으로 사장 후보를 물색하여 대통령에게 추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KBS 이사회가 사장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을 간과할 수 없는 구조다. 어찌 보면 이러한 관행은 행정처리 절차상 피할 수 없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가 공영방송의 전형으로 간주하고 있는 영국의 BBC와 일본의 NHK도 사장임명 과정에서 정부 부처의 간부가 인사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정부의 관여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공영방송의 KBS 사장임명에서 정부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제도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방송법과는 별도로 KBS 등 공영방송에 관한 법안을 만들어 외형적인 독립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별도로 독립적인 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사장을 추천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KBS 사장임명을 정부의 행정 행위로부터 완전하게 독립시킬 수는 없다. 어떤 제도든 제도를 운영하는 주체가 있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일정한 수준의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합리적인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제도를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시행하느냐가 더욱 중요한지도 모른다.
또한 임명된 사장이 KBS 스스로의 공영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공영방송이 사장을 중심으로 보도의 공정성을 지켜 그 위상을 스스로 정립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는 KBS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영방송이 어떠한 외부의 압력과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공정성, 객관성, 중립성의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국민 모두의 관심과 노력, 그리고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