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희망, 그리고 새해

[언론다시보기] 김보라미 변호사


   
 
  ▲ 김보라미 변호사  
 
오랜만에 이승환의 공연지신 크리스마스 공연을 갔다. 오랫동안 활동해 왔던 가수의 4시간동안의 환상적인 레퍼토리속에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의 꿈과 희망, 그리고 불안감들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첫사랑에 두근두근하던 학창시절 듣던 ‘한사람만을 위한 마음’, 새벽 2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돌아오던 길에 사법시험에 대한 불안감과 고독감을 채워 주었던 ‘세가지 소원’, 눈만이 밝았던 어느 겨울 밤 나의 등록금에 휘청거리는 가정경제에 대한 미안함에 들었던 ‘가족’. 지우고 싶다고 생각하며 달려 왔던 인생의 유치했던 불안과 우울함과 쑥스러움들이 추억과 얽힌 노래들 속에서 방울방울 피어 올랐다.

잊고 싶었던 기억들은 그 때의 단순한 생각들도 떠올려 주었다. 어른이 되면 꼰대가 되지 말고 자유롭게 살자, 앙코르와트 같은 세상의 신기함과 신비함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껴보자, 경제적으로 어렵게 사는 아이들이 구김살없이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자 등등 그 때 힘들어서 가졌던 생각들이 내동댕이쳐져 있던 추억들과 함께 피어 올랐다.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한 가수가, 지독히도 변화하려고 노력한 모습의 무대를 보는 것 역시 새로운 감동이었다. 나는 그다지 변화하지 못한 것 같은데 부단한 관리와 노력으로 여전히 세련된 가수의 노래들은 추억뿐 아니라 희망과 열정까지 일으켜 함께 달리자고 변화하자고 충동질하는 느낌이었다.

올 한 해 국내외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전 세계에 산재해 있던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독재자들이 하나씩 세상을 떠났다. 서구의 경제위기는 책임지는 사람이 모호한 상태로 시민들의 시위만이 진행중이고, 경제위기도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세상은 불안하고 힘들다. 이 변화와 소용돌이 속에서 시스템의 한계와 부담은 오롯이 삶을 살아가는 일반시민들이 짊어지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현재의 이 모든 문제많은 시스템들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에 그 해결 역시도 한 순간에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변화한다는 것, 연말이 지나고 연초가 된다는 것, 그것이 바로 변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부터는 새로운 삶이 될 거라고 외친다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날은 변화의 시작이 될 뿐이다. 역사는 패턴처럼 반복되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다수가 혜택을 보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이 역사들은 꿈과 희망과 열정이 주었던 기억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희망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의 고통과 한탄과 포기하지 않았던 결과물의 축적이다. 모두가 원한다고 외치고 변화의 시작을 조금 더 빨리 함께 한다면 그 변화의 움직임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그 변화로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자들이 잡혀가지 않고, 오히려 꿈꾸는 자들이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내가 원할 때 꺼내 먹을 수 있는 희망이 주변에서 넘실댈 수 있을 것 같다.

이루고 싶은 것들, 하고 싶은 것들 너무나 많았던 2011년이지만 벌써 끝자락이 보인다. 아쉬움과 아련함과 분함과 충동과 슬픔을 잊지 않고 기억하자. 내년에는 함께 변화하고 희망하자.
안녕.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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