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에 대한 사랑이 글쓰기의 기초"
블로그 1천만명 돌파한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10.04.28 15: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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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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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동아일보 기자의 블로그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가 지난 12일 방문자 수 1천만 명을 돌파했다. 블로그를 연 지 1년6개월 만이다. 동아 기자 중에서는 최초다. 북한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진 블로그로서는 이례적인 결과다.
“다른 북한 전문 블로그를 보면 일반 신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딱딱하기도 하고요. 저는 직접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쓰다 보니 ‘사람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다른 새터민들의 글들은 필력에서 다소 전문적이지 못한 단점이 있을 수 있죠. 또 아직 남한 사람들이 보기엔 아직 생경한 느낌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기자로서 어느 정도 글쓰기 훈련을 받았고, 남한 체제에 대한 이해도가 있으니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지 않나 생각합니다.”
주 기자는 최대한 상식적인 시각을 유지하려 노력한다고 한다. 북한은 진보와 보수가 뚜렷하게 갈라지는 이슈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 이 때문에 양 쪽으로부터 관심을 받기도 하고, 욕을 먹기도 한다. 한쪽에서는 “저 사람은 체제를 배신한 사람이니 북한에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다”며 비판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북 식량지원도 좋다고 하고 남측 정부도 비판하니 도대체 정체가 뭐냐”는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에 대한 사랑에 기초해서 글을 쓰는 것”이란다.
그는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를 찾는 북한 당국자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해외에 근무하는 간부들이다. 자신의 블로그를 보고 격려를 하거나 일부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정보를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천안함 사고 논란도 그가 최근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슈다. 주 기자는 “1백%까지는 모르겠지만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며 “기사에 다 쓰지는 못해도 개인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정보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북한이 개입한 증거가 나오더라도 무력 보복은 현명하지 않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주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서도 “지금 북한의 민심은 화폐개혁이라는 정책적 실패로 최악이며 흔들리는 내부를 강하게 뭉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부에 강력한 적을 만드는 것 이상은 없다”며 “평소에 불평이 많던 북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북) 잠수함 기지가 날아가는 장면을 목격하면 군을 응원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최근 황장엽 씨 암살 기도범이 탈북자 출신이라는 점이 강조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3개월이던 탈북자 조사기간을 6개월로 늘리겠다는 말은 계속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조사관의 질적 문제인데 말이죠. 그런데 이번에 간첩 검거를 계기로 대충 넘어가려는 것 같습니다. 간첩 하나 잡기 위해 다수의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확인하기 어려운 북한 관련 문제라고 해도 거짓말은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어서 공신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사를 쓴다는 그는 “제 블로그가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대한 담론을 논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며 “북한 전문 기자로서 통일이 되는 날까지 서두르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으로 2002년 북에서 남으로 온 주성하 기자는 이듬해 동아일보에 입사, 국제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