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노조원 단결이 대주주에 경종"
파업안 가결…5월 현업 복귀하는 심석태 노조위원장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 입력
2010.04.21 14:53:36
“SBS는 민영방송사이기 이전에 지상파 방송사입니다.”
심석태 SBS 노조위원장은 최근 ‘SBS 미디어 홀딩스’로 대표되는 지주회사, 즉 대주주 자본권력에 경종을 울렸다.
90.9%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파업안을 가결시킨 데 이어 지난 8일 대주주 전횡 방지를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콘텐츠운용위원회’ 설치, ‘간부 중간평가제’ 강화 등에 최종 합의, 노조의 승리를 견인해 냈다.
정치권력이 판치는 시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본권력과의 싸움이었다. 당장 누가 해고된 것도 아니고 낙하산 사장이 투하된 것도 아니었다. 대주주 전횡, 자본권력 저지,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가치정립 등 너무 개념적인 이슈들이라 여론을 얻기 힘들다고 고개를 젓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SBS 노조는 사측과 대주주에 엄중한 경고장을 날렸다.
“노조가 지주회사 전환에 동의한 것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등 긍정적인 방송환경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2년을 경험해 보니 SBS는 어느새 지상파 가치가 아닌 자본 논리에 끌려가는 처지가 돼 있더군요. 지금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면 더 이상은 기회가 없다는 게 조합원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SBS 콘텐츠의 계열사 헐값 판매 등을 통해 ‘대주주 이익 챙기기’와 ‘대주주 컨트롤’이 노골화됐고, 이 때문에 SBS에는 비상경영 체제가 일상화됐다는 지적이다.
심 위원장은 언론사이기보다는 대주주 돈벌이 수단이자 콘텐츠 생산기지로 전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구조에서 세상을 향해 어떻게 비판 기사를 쓰고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기사를 쓸 수 있겠느냐”며 “사회적 목탁 기능을 하는 언론사냐, 자본권력의 돈벌이 수단이냐를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SBS는 사측이 강조하는 민영이라는 소유구조(대주주에 봉사)가 아니라 지상파(시청자에 봉사)라는 데 존재 가치가 있다는 지론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도국에서는 전문성을 인정받는 박수택 기자가 환경전문기자직을 일방적으로 박탈당하자 언론사로서의 공익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일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세계 어느 나라든 지상파라면 그 플랫폼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공익 추구라는 책임이 있습니다. 주주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청자 이익을 위해야 방송사의 가치가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주주 이익도 높아진다고 봅니다.”
심 위원장은 이 때문에 ‘민영방송 디스카운트’를 당연시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심지어 시민운동 진영에서조차 민영방송을 말할 때 공익성과 거리가 먼 것으로 치부한다는 비판이다.
심 위원장은 이번 파업안 가결 경험으로 SBS 구성원들이 똘똘 뭉치는 계기이자 소중한 자산이 됐다고 평가했다.
비록 파업은 하지 않았지만 파업 지침 직전까지 갔고 SBS도 파업을 하려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걸 사측과 대주주에게 경고했다.
“민감한 기사에 대한 자기검열 아닌 치고받는 격렬한 토론문화를 원한다”는 심 위원장. 그는 5월 중 후임 노조위원장이 선출되면 보도국으로 복귀한다. 2년 임기였지만 임단협 타결 시까지 직을 연장했었다. 그 다음은 차기 집행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