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폭거, 무모한 도박될 것"

[인터뷰] MBC 이근행 노조위원장


   
 
  ▲ 이근행 노조위원장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9일 “공영방송 MBC를 손안에 움켜쥐려는 방문진의 폭거는 무모한 도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방문진의 이사 선임 강행은 MBC를 통제 아래 두면서 정권 홍보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정략에서 나온 것”이라며 “MBC 구성원들과 시민사회단체, 양심적 국민들의 대대적인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사장이 결국 사퇴했다.
정치권력에 의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엄기영 사장은 저항했어야 한다. 주총 소집에 응하지 않거나 방문진이 선임한 이사들을 본부장에 임명하지 않은 방법으로 작금의 MBC 사태를 널리 알렸어야 했다. 하지만 무기력하게 사퇴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처럼 어떤 굴욕도 참아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엄 사장은 상당한 과오를 짊어지게 됐다. 엄 사장 또한 정권 탄압의 희생자임에 분명하다.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MBC 경영 등에 파행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경영 파행은 MBC를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한 방문진이 자초한 것이다. 정권의 MBC 장악 기도에 저항하는 싸움과 무관하게 MBC 구성원들은 최대한 양질의 프로그램, 좋은 뉴스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방문진이 ‘황희만=보도본부장, 윤혁=제작본부장 카드’를 고집한 이유는.
사장 교체의 부담을 갖지 않으면서 MBC를 직할통치할 수 있다는 계산과 한편으로 엄 사장에 반하는 이사를 추천해 사장의 자진사퇴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8일 방문진 이사회 결과로 후자에 방점이 있었다는 걸 확인했다. 방문진은 황희만, 윤혁 카드를 밀어붙여 엄 사장이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MBC를 흔들어 새판을 짜고 자신들의 통제가 쉬운 사장을 앉히려는 계산된 선택이다.

-PD수첩 등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폐지가 우려된다.
사법부도 PD수첩의 정부 정책 감시와 사회 비판 기능을 인정했다. PD수첩 등 특정 프로그램을 손보고 순치하려는 행위는 MBC 구성원들의 저항에 불을 붙이는 격이 될 것이다. 특히 프로그램의 노골적 폐지는 MBC를 말살하는 행위로 인식돼 사회적 저항의 기류를 확산시키고 그로 인해 정권에 대한 비난이 높아질 것이다. 존폐 움직임이 일어나는 그 순간 파행은 불가피하다.

-청와대 등에서 사장 교체에 개입한 정황이 있는지.
청와대 실세의 입에서 ‘엄기영 사장체제는 더 이상 유지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여권의 판단’이라는 발언이 나온 것으로 안다. 지난해 12월 엄 사장 재신임 국면에 청와대 온건파들이 정무적 판단을 했다면 지금은 강경파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정황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노조의 향후 계획은.
노조 중앙집행위원회를 ‘공영방송 MBC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했다. 11일부터 18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한다. 가결될 경우 파업 돌입 시기와 방법은 비대위에서 정한다. 방문진이 낙점한 황희만 보도본부장과 윤혁 제작본부장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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