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장균 제42대 기자협회장 당선자는 지난 8일 해직기자로는 처음으로 한국기자협회장에 뽑혔다. 그는 출사표에서 견리사의 견위치명(見利思義 見危致命)이라고 밝혔듯 “말보다는 행동하는 회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특히 정·재계 인맥을 바탕으로 각계와의 대화·협력을 늘리고 기자협회 재정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말했다.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먼저 대화를 제안하고 관계자들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자인증제 도입 등을 통한 여론조사 시스템을 구축, 평회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결정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1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3층 기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진행했다. -해직기자로 기자협회장에 당선된 소감은.주위에서는 조직이나 기반이 없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지만 낙천적·낙관적으로 선거에 임했다. 대한민국 기자들의 상식을 믿었다. 사실상 해직기자라는 명분만 가지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지난 10여 년간 평회원이었던 사람이 아무 기반 없이 대의만 가지고 뛰어든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희망을 위해 뛰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기자들과 기자사회가 희망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그 희망이란 게 언론인들의 바람, 언론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이 아니겠나. 서울이건, 지역이건 변화를 바라는 기자들의 열망을 대변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
-앞으로 기자협회의 정체성을 어떻게 잡을지 궁금하다.기자협회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는 성격이 다른 단체다. 그러나 할 말은 하겠다. 모든 기자들이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기자협회의 정체성 아니겠나. 기협은 1964년에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언론윤리법에 항거해 당시 동아일보 등 10여개 언론사 기자들이 태동시켰다. 온당치 않은 권력에 대항하고, 선배들이 분연히 일어서면서 만들어진 것이 기자협회다. 그 창립정신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고, 앞으로도 유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시대적인 상황 속에서 퇴색 우려도 있었지만 역대 회장들이 언론민주주의 수호 역할을 잘 해왔다. 공명정대한 보도에 대한 부당한 압박으로 기자들이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기협이 힘쓸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정당한 행위로 인해 회원들이 불이익을 받았을 때는, 당연히 회장이 맨 앞에 서서 막아내고 항거하겠다. 말보다는 행동하는 회장이 되겠다.
-많은 회원들에게 어떤 호소를 했고, 또 어떤 목소리를 들었나.11월13일 해고무효 판결 이후 12월8일까지 짧은 기간 선거운동을 했다. 주로 선거기간 지역회원들을 향해 지역 출신이 지역을 대변하는 것도 좋겠지만, 비전을 가진 후보가 지역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호소했다. 4박5일의 일정을 쪼개 전국을 돌았는데, 지역 회원들의 사정이 생각보다 훨씬 열악하다는 것을 느꼈다. 지역에서는 저널리즘 못지않게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보수 성향의 기자들은 해직기자 출신이라 기협이 더 강성으로 가면 재정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겠다.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겠지만 현장에서 평회원들로부터 들었던 요구사항을 임기 내 반드시 관철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정·재계 인맥 바탕, 각계와의 대화·협력 강화-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해직기자 출신이라 정부와의 관계 악화를 염려하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YTN 사태가 처음 일어났을 때, 많은 정부의 관계자들이 YTN 문제는 대주주와 회사, 노조의 문제이지 정부 쪽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 입장도 같을 것으로 안다. 그 말대로라면 우리는 온당치 않은 사장에 대항해, 그리고 언론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것이다. 반정부 투쟁이 아니다. 정부 관계자에게 먼저 대화의 물꼬를 틀 것을 제안할 것이다. 명실상부한 8천명 기자의 대표인데 대화나 만남을 거절한다면, 오히려 역으로 그 많은 분들이 얘기하는 YTN 해직사태에 정부 관계자들이 개입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 될 것이다. 국정과 언론정책을 이끄는 분들이 기자협회장을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 조만간 정부 관계자와 정치권 인사를 예방 차원에서 만나고, 재계 관계자들과도 공적인 협력 차원에서 만날 예정이다.
-취임 후 어떤 것에 역점을 둘 것인가.1년 안에 기협 재정을 반석 위에 세우겠다. 재정을 확충하는 데 앞장 설 것이다. 기협은 사단 법인도 아니고 임의단체다. 현장에서 재정 적자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실체를 파악해 보고 싶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제가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마치 그 옛날의 의사들이 환부의 고름을 직접 빨아서 빼냈듯이 투명하게 하겠다. 앞으로 재정적자라는 폭탄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 볼 텐데, 다음 회장에게 폭탄을 넘겨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역대 회장들은 기자협회의 국제교류, 남북교류 활동 등 기자협회 외교활동 및 외적인 활동에 상당부분 능력을 발휘해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저는 최소한 1년 혹은 임기 전체 기간에 외적인 활동을 늘릴 생각이 없다. 오히려 내실을 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구상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먼저 지역협회의 회비를 낮추겠다. 의사협회나 변호사협회, 세무사협회 같은 곳은 최소 수 십만원의 회비를 낸다. 사실 월 1만원으로 이익단체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했으리라 본다. 하지만 기자들은 사회적 역할이 큰 반면 경제적 여건은 좋지 않다. 월 1만원 이상의 인상은 없어야 하고 동결돼야 한다. 오히려 지역이 중앙에 납부하는 6천원을 줄여서 지역협회나 지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언론인 공제회 추진·지역협회 회비 낮출 것
부족분은 기업과의 협력 등 공적 자금을 투명하게 조성해서 충당할 생각이다. 일례로 기자협회 회원 카드를 다시 만들 생각이다. 기존 농협도 좋고 새로운 카드사도 좋다. 모든 능력을 발휘해 각종 혜택이 상당한 카드를 만들겠다. 모든 회원들이 그 카드를 사용한다면 연 12만원의 회비를 내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사단법인 문제도 재정을 확충하는 데 효율적이라고 한다면, 집행부와 논의해 결정하겠다. 사단법인화되면 정부 감사 등을 통해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이고 타당한지 집행부, 운영위 등을 통해 논의하고 싶다. 여론조사를 실시할 의지도 있다.
언론인 공제회도 추진하겠다. 공제회 설립은 엄청난 규모의 사업이다. 각계의 협조 없이는 만들 수 없다. 아직 기자협회의 맨 파워로는 부족하다. 정·재계를 비롯해 언론사에서도 도움을 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성안이 된다면 정부나 재계, 언론사 사주들과도 만나겠다. 보수나 진보, 서울과 지역, 신문과 방송 가릴 것 없이 기자들이 공정보도라는 책임과 역할만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기반과 단초를 마련하고 싶다.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말해 달라.사이비 언론은 철저하게 자격기준에 따라 배제해야 하겠지만, 가입 규정 등을 합리적으로 만들어 기자협회의 문호를 넓히고 싶다. 회원 가입률도 늘려야 한다. 일례로 YTN에도 촬영기자들이 가입이 안 되어 있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 뭔가 이익을 드리면 될 것이다. 기자정신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평회원들에게 수혜가 갈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
-평회원 의견을 많이 듣겠다고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이번 선거과정을 통해 대의원을 통해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타당한지 고민했다. 평회원을 통한 좀더 민주적인 정책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제가 그랬듯 평회원들의 주인의식이 요원한 것도 문제일 수 있다. 민주주의의 가장 위험한 적은 무관심이다. 기협의 가장 큰 문제점도 무관심이다. 그걸 개선하고 싶다. YTN 노조 위원장일 때 여론 조사를 많이 했다. 2백명이 넘는 인원이기 때문에 임금·수당 문제 등에 대해 여론 조사를 하고 의견을 수렴한 후 임·단협을 했었다. 예를 들어 사단법인화도 여론조사를 하면 된다. 온라인 1인 1투표가 6년 전에도 가능했다. 전자인증제 시스템을 만들고 정회원만 1인 1투표가 가능하도록 하면 된다. 지금 기자협회 사이트 가지고는 불가능하다. 제가 마련한 기금으로 새로운 기협 사이트를 만들어 여론조사가 가능하도록 내년 중에 추진할 수 있게 하겠다.
-국내·해외연수 혜택을 평회원들에게 돌리겠다고 했다.기업체와 연계해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하겠다. 기협은 실질적으로 1년 단위의 해외 연수를 보내고 있다. 혜택을 받는 기자들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1개월 단기 국내외 연수 프로그램을 신설할 생각이다. 더 많은 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조건이 성숙된다면 서울을 포함해 전국 시·도협회에서 최소한 1명씩 10명을 지회장 반·평회원 반으로 선발해서 시행할 것이다. 잘되면 매달 보낼 수 있다. 기자협회 국내외 연수 심사도 좀 더 투명하게 하겠다.
-기자협회보에 대한 생각은.지역을 돌면서 소속 회원들을 속된 말로 조지는 곳은 유일하게 기자협회보 밖에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저도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기자의 사회적인 역할이 있으니, 자정작용 차원에서 소속 기자들의 일탈행위에 대한 지적이 있어야 한다. 잘못된 언론정책, 언론인 권익을 침해하는 부분에 대해서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듯이 도를 지나치면 안된다고 본다. 회원들에게 굴욕까지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자협회보가 언론민주주의를 위해서 충실히 역할을 해야 하지만, 다른 미디어지들과는 근본적으로 스탠스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을 활성화시키고 싶다. 회원들을 비판하는 것만이 아닌 대한민국 언론에 경종을 울리는 특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 국민들과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온라인에서의 사회적 영향력을 높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기자사회의 통합을 강조했는데.여러 차례 밝혔듯 저는 신문과 방송, 서울과 지역을 두루 경험했다. 깊이 있는 기자는 못됐지만 정치·경제·사회·문화·편집 등 안 해 본 것 없이 다했다. 마케팅 기획팀장, 노조위원장까지 했다. 대한민국에서 언론인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경험했다. 그래서 서울과 지역, 방송과 신문, 진보와 보수를 통합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특히 방송기자연합회의 문제는 기자협회도 살고 방송기자연합회도 사는 길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방송기자연합회 쪽과 만나 대화를 할 것이다. 그리고 탈퇴하지 않고 연대하는 길을 모색하겠다. 서울과 지역 문제에도 신경쓰겠다. 이번 선거 결과로 지역 회원들이 좌절감을 느끼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비전을 가지고 고심하겠다. 협회 재정의 쓰임을 지역에 더 투자할 생각이다. 열악한 곳에 재정적인 지원을 더 하겠다는 의미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개선, 경제보도부문 신설 등도 공약했다.기자상이 명실상부한 퓰리처상 같은 공신력 있는 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 신문과 방송, 보수와 진보, 서울과 지역 회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지만 절대 다수가 심사위원 구성 문제 등에 대해 불만을 갖지 않도록 하겠다. 경제보도 부문도 신설할 생각이다. 기자협회 기자상은 지금까지 특종 위주로 되어 있었다. 정치·사회 분야 사건보도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독자들의 삶의 질과 관련된 보도는 외면당하고 홀대 받았다. 그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회원들께 드릴 말씀이 있다면.저한테 주어진 책임과 소명의식을 외면하지 않고, 묵묵히 일해 가겠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 출마 전에도 밝혔듯 당선 이후에도 제가 살아온 인생을 걸고라도, 공약의 상당 부분을 관철시킬 것이다.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저를 신임해준 전국의 기자들을 위해 열심히 뛰어볼 생각이다. 저에게는 명예 밖에는 없다. 제 임기 후에도 그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기자협회를 살렸다는 명예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
<우장균 당선자 약력>
◇1964년 6월 서울 출생
◇1987년 2월 서울대 정치학과 졸
◇1990년 5월~1991년 5월 서울경제신문 편집부 기자
◇1991년 9월~1994년 10월 KBS 라디오PD·KBS 춘천방송국 PD
◇1995년 3월 YTN 개국방송 앵커
◇1995년 3월~2008년 10월 YTN 사회, 정치, 경제, 문화부 기자
◇2002년 5월~2004년 5월 YTN 노조위원장
◇2006년 4월~2007년 4월 YTN 마케팅기획팀장
◇2008년 10월 YTN 청와대 출입기자로 일하다 해직
◇2009년 11월 서울중앙지법, 해고 무효 판결
◇2009년 12월 9일 제42대 한국기자협회장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