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나무는 민초들의 삶이자 연인"
8개월 당산나무 시리즈 마친 무등일보 특별취재팀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 입력
2009.12.02 15: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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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최민석 문화체육부 차장, 양기생 경제부 차장, 손선희 경제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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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사진작가도 참여…나무마다 독특한 이야기 담아마을 초입이나 한가운데 우뚝 선 당산나무. 때론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때론 고단한 농심을 달래던 안식처였다. 수 백년간 묵묵히 한자리를 지켜온 당산나무는 당국의 무관심과 무분별한 개발로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당산나무를 8개월 동안 밀착 취재한 기자들이 있다. 양기생·최민석·손선희·김옥경 기자 등 4명으로 짜인 무등일보 특별취재팀은 장장 8개월간 광주·전남지역에 있는 당산나무와 그에 얽힌 사람들의 사연과 애환을 지면에 담았다.
‘당산나무를 찾아서’ 시리즈는 올 1월1일 첫 선을 보인 이후 9월7일까지 매주 월요일, 34차례에 걸쳐 독자들과 만났다. 기자들은 전남 순천시 해룡면 중흥마을 은행나무를 시작으로 신안 도초면 우이도 진리 당산을 글과 사진, 그림으로 풀어냈다.
취재팀은 설화와 역사적 사건, 세시풍속으로 나눠 당산나무에 접근했다. 기사는 딱딱한 문체가 아닌 에세이 형식으로 처리했다. 어려움도 적잖았다. 관련 자료가 턱없이 부족해 구상단계부터 막혔다. 또 막상 현장에 가면 당산제를 지내지 않거나 나무가 사라져버린 곳도 있었다.
취재팀을 이끌었던 양기생 기자는 “지난해 말 당산나무 기획안이 신년기획으로 채택된 뒤 행정기관을 통해 당산나무 자료를 구했으나 돌아온 것은 자연보호수 명단이었다”며 “자료 문제 등으로 6개월 이상 시리즈를 끌고 가기에 무리가 있다는 주위의 충고도 많았다”고 말했다.
당산나무 취재에는 지역에서 활동 중인 화가와 사진작가 12명이 참여했다. 단조로운 지면을 피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사진과 그림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취재팀은 기획 단계부터 화가와 사진작가를 합류시켰다. 취재에 앞서 작가와 미팅을 갖고 취재 전반에 대해 논의했고, 동행취재를 원칙으로 했다.
작가 참여는 성공적이었다. 작가들은 당산나무를 자신들의 관점으로 해석해 나무들에 얽힌 사연을 각기 다른 필치와 색감으로 끄집어냈다. 같은 당산나무 그림이었지만 저마다 독특한 형태와 이야기를 간직하게 됐고, 그런 만큼 신문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졌다.
작가들은 연재한 그림과 사진을 따로 모아 기획전도 열었다. 지난달 12일부터 18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 ‘당산나무를 찾아서’ 기획전이었다. 전시 기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일부 작품의 경우 구입 문의가 있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취재팀은 기획취재를 통해 당산나무와 당산의 문화재적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한편으로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당산나무가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양 기자는 “당산나무는 당숙네 송아지의 건강을 지켜주고 도시로 떠난 오빠, 누나의 성공을 기원해주는 우리들의 삶이자 연인이었다”며 “우리들에게 나무 이상이었던 당산문화가 체계적으로 보존·계승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당산나무 취재물을 단행본으로 만드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당산나무에 대한 자료나 책자가 부족한 것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곧 문화예술위원회 저술 프로그램에 응모할 계획이다. 지원이 결정되면 200쪽짜리 단행본으로 만들어 지역 도서관이나 학교에 무료로 배포한다는 구상이다.